#.패션업체 동일드방레는 연말도 아닌 지난달 이례적으로 전 직원에게 성과급을 줬다. 2000년 론칭한 프랑스 캐주얼 브랜드 '라코스테'가 지난 5월 월간 최대인 110억원의 매출을 올려 폴로 · 빈폴을 앞지른 데 대한 포상이다. 이런 성과의 주역은 바로 피케셔츠.110억원 매출 중 66억원이 피케셔츠를 팔아 올린 것이다.

'피케셔츠' 전성시대다. 피케셔츠란 요철이 있는 면직물인 '피케(pique)'로 만든 칼라가 달린 티셔츠로,폴로 선수들이 유니폼처럼 착용해 흔히 '폴로 셔츠'로도 불린다. '라코스테'가 이번 성과에 더욱 의미를 두는 것은 피케셔츠의 원조가 바로 라코스테이기 때문. 프랑스 테니스 선수인 르네 라코스테가 1927년 US오픈에서 자신이 직접 고안한 피케셔츠를 입고 출전한 것이 효시로 알려져 있다. 라코스테의 별명인 악어를 로고로 새겨넣은 피케셔츠가 오늘날 '라코스테' 피케셔츠(사진)가 된 것.

셔츠 한 장당 9만~10만원인 피케셔츠는 라코스테뿐만 아니라 캐주얼 브랜드 전반적으로 매출 효자 아이템이다. 폴로 · 빈폴 · 헤지스 · 토미힐피거 등의 전체 매출에서도 45~60%를 차지한다. 특히 라코스테의 경우 올 봄 · 여름에 선보인 피케셔츠 디자인만 140가지,색상까지 합치면 410가지에 달한다. 폴로도 여름시즌에 맞춰 전체 제품의 절반 이상을 피케셔츠로 내놨다.

이 같은 '피케셔츠'의 인기는 프레피룩(미국 동부 명문 사립고 학생복 스타일) 트렌드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된다. 프레피룩의 대표 아이템으로,클래식하면서 스포티한 이미지의 피케셔츠가 올 들어 색상도 화려해지고 디자인도 슬림해져 젊은층 사이에서 필수 패션 아이템으로 급부상한 것.또 비즈니스 캐주얼과 쿨비즈가 확산되면서 직장인들 사이에서도 수요가 크게 늘어났다.

특히 지난해부터 폴로를 필두로 시작된 브랜드 로고를 강조한 '빅 로고' 마케팅과 숫자를 강조한 '뉴머럴(numeral)' 마케팅도 피케셔츠 열풍에 한몫했다. 피케셔츠 가운데 빅로고 · 뉴머럴 제품 매출이 40% 이상을 차지한다. 때문에 고객들 사이에서 폴로는 '빅 포니(말)',빈폴은 '빅 바이크(자전거)',라코스테는 '빅 크록(악어)'이란 애칭으로 불린다.

김윤형 현대백화점 트래디셔널 캐주얼 바이어는 "올 여름에는 피케셔츠가 캐주얼 브랜드들을 먹여살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전통적인 캐주얼 브랜드뿐 아니라 폴햄 · 지오다노 · 애스크 등 중저가 캐주얼과 노스페이스 등 아웃도어 브랜드들까지 피케셔츠를 주력상품으로 내놓고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