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특가법상 알선수재)로 기소된 김종로 부산고등검찰청 검사(47) 측이 8일 법정에서 강압수사와 표적수사를 받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눈길을 끌었다.

현직 검사로는 7년 만에 검찰에 기소돼 법정에 선 김 검사는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23부(부장판사 홍승면) 심리로 열린 첫 공판에서 "일부 돈을 받은 사실은 맞지만 청탁의 대가는 아니었고 금액도 다르다"며 혐의를 대부분 부인했다.

김 검사의 변호인도 대검 중수부에서 조사를 받은 뒤 작성한 일부 조서에 대해 "성립은 인정하지만 임의성은 부인한다"고 밝혔다. '임의성을 부인한다'는 것은 피의자의 진술이나 자백이 강압 등에 의해 이뤄져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는 뜻이다. 이 발언에 놀란 재판장은 "명색이 현직 검사인데 조서 작성이 강압적으로 이뤄졌다는 말이냐"고 물었다. 변호인은 "그런 취지다. 나중에 조서를 보면 형식과 내용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고 답했다. 이에 검찰은 "불리한 조서 내용을 부인하기 위한 피고인 측의 의례적인 대응일 뿐"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변호인은 또 "박 전 회장이 정 · 관계 인사들에겐 대가 없이 돈을 뿌리고 유독 말단 검사인 피고인에게만 돈을 주고 청탁했다는 것은 정황상 납득이 가지 않는다"며 김 검사를 겨냥한 표적수사 가능성을 제기했다. 김 검사는 2005년 3월 박 전 회장의 지인인 황모 시장에 대한 검찰 수사 과정에서 선처를 바라는 청탁과 함께 미화 5000달러를 받는 등 박 전 회장으로부터 두 차례에 걸쳐 1만달러를 받은 혐의로 지난달 12일 불구속 기소됐다.

서보미 기자 bm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