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이후 선진국 증시와 아시아 이머징증시 간 디커플링(차별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미국 일본 영국 등은 지난달 이후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반면 아시아 이머징 증시는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 등 신흥국가의 기업이익 회복세가 상대적으로 빠르고 해외자금 유입도 활발해 아시아 신흥증시의 상승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해외펀드는 브라질이나 러시아보다 중국 홍콩 등 중화권의 전망이 밝다는 의견이 많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미국 다우지수는 지난 6일 종가 기준으로 한 달 만에 5.0% 하락했다. 영국의 FTSE지수도 4.8% 떨어졌고 일본 닛케이지수 역시 1.9% 하락하는 등 선진 증시 대부분이 조정을 받고 있다.

반면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6일까지 한 달 동안 12.9% 급등하며 연중 최고치를 연일 경신하고 있다. 코스피지수도 2.6% 올라 선전했고 홍콩H(1.5%) 대만(0.3%) 등도 소폭 상승했다.

지난달 초 급락했던 대만 증시도 중국과의 경제협력 등 양안관계가 개선되면서 반등세로 돌아서 최근 2주 만에 약 5% 뛰어오르는 등 다시 활력을 찾고 있다.

전문가들은 경기 회복과 기업실적 등이 선진국과 아시아 이머징 시장의 수익률 차이를 불러온 것으로 분석했다. 박중섭 대신증권 연구원은 "고수익을 노린 헤지펀드 자금이 최근 아시아 신흥증시로 유입 중이고 기업이익 전망치도 상향 조정되고 있어 선진 증시에 비해 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미 S&P500 구성 종목의 2분기 순이익증가율(전년 동기 대비) 예상치는 지난 3월 이후 -30%대에서 제자리 걸음 중이다. 반면 MSCI(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중국지수 구성 종목들의 주당순이익(EPS) 증가율 추정치는 연초 -5%에서 최근 플러스로 돌아섰다.

전지원 키움증권 연구원은 "중국이 부진했던 수출을 고정자산 투자와 내수 확대로 만회하면서 빠른 경기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며 "덕분에 이머징 아시아 전반이 미국 등 선진 시장과 차별화되는 양상"이라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해외펀드 투자자들은 하반기에 중국 홍콩 등 중화권 상품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허재환 대우증권 연구원은 "중국 증시는 2007년 말 이후 급락했던 손실분을 올 상반기에 일부 만회하면서 주가 수준을 정상화하는 과정을 거쳤다"고 지적했다. 극단적인 저평가 국면을 탈피한 만큼 하반기에도 추가 상승 여력이 있다는 것이다.

대우증권은 현재 1만800선에 있는 홍콩H지수는 하반기 1만2000~1만2500포인트까지 오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허 연구원은 "부동산 금 관련주,인터넷 의류 등 소비 관련주,철강 등 인수합병 재료주 등이 하반기 중국 증시에서 유망하다"고 분석했다.

다만 재정적자가 국내총생산(GDP)의 8%를 넘어선 것으로 추정되는 인도와 금융권 부실이 우려되는 러시아 증시는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대우증권은 하반기 이머징 증시의 투자 매력도를 중국 브라질 인도 러시아 순으로 제시했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