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미술협회 이사장인 노재순씨(60)가 8~18일 서울 인사동 선화랑에서 개인전을 갖는다.

홍대 미술교육과를 졸업한 노씨는 해변이나 강변의 풍경을 마치 문학 텍스트가 장전하고 있는 화려한 불꽃처럼 화면에 이미지로 옮겨놓는 작가. 이번 전시회의 주제는 '소리가 달리는 풍경'.강풍이 몰아치는 제주도 애월리,해무가 자욱한 백령도,비오는 날의 낭만적인 경포대와 양평,갈대숲의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좋은 신두리 등의 풍경을 사실적으로 그린 근작 40여점이 걸린다.

그의 작품에는 '물소리'가 담겨 있다. 늘 그자리에 있는 '바다'와 끊임없이 움직이는 '물'사이에서 수많은 의표를 담고 다가오는 '소리'의 향연.커다란 화폭 속에 하얗게 부서지는 포말의 소리는 하나같이 '거친 듯 부드럽고 무거운 듯하면서도 가볍게'느껴진다. 색감은 단조롭지만 격정적이고 은유적인 미감이 화면에 숨어 있다. 기법이나 스타일보다 '소리'라는 소박한 형식으로 관람객과 소통한다는 것이 작가의 설명이다.

최근에는 여인을 자주 그린다. 그림 속의 여인은 모두 멈추어 서서 멀리 바라보거나 연기를 하듯 포즈를 취하고 있다. 그는 "가령 보디빌딩을 하듯 두 팔을 잡고 어깨를 비틀고 있는 여인은 무언가 일이 꼬여 답답해하는 모습을,구름을 배경으로 바닥에 엎드린 여인은 훨훨 날고 싶은 심정을 그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형상에 집착하진 않는다. 형상은 늘 변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화면의 독특한 질감과 은은한 느낌을 잘 살린 그의 작품들이 조곤조곤 말을 건네오는 듯하다. (02)734-0458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