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러시아가 핵탄두를 1500~1675기,핵탄두 운반체인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을 500~1100기로 감축키로 합의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은 6일(현지시간)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첫 정상회담을 열고 이 같은 공동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두 정상은 또 서로 감축을 검증할 수 있는 방안도 마련키로 했다.

기존 전략무기감축협정(START-1)은 양국이 각각 핵탄두를 2200기,운반체를 1600기 보유할 수 있도록 제한하고 있으며,오는 12월5일 효력을 다한다. 이번 양해각서는 기존 협정을 대체하기 위한 후속협정을 체결하기 위한 초안이다. 초안은 새 협정이 발효된 뒤 7년 안에 핵탄두를 줄이기로 했다. 양측은 실무진 협상을 계속 진행해 이른 시일 내 서명하고 의회 비준을 받는다는 계획이다. 양국은 새 협정이 체결되면 전략적 공격무기의 예측성과 안정성을 확보하게 되고 양국의 안보도 증진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두 정상은 공동성명에서 "이번 양해각서를 계기로 모든 국가가 탄도미사일을 확산시킬 수 있는 조치를 자제하도록 촉구한다"고 밝혔다. 미 국무부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월1일 현재 러시아는 3909기의 핵탄두와 814기의 각종 발사 수단을,미국은 5576기의 핵탄두와 1198기의 발사 수단을 각각 보유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봄 체코 프라하에서 '핵 없는 세상'을 기치로 핵군축 의지를 강력하게 표명한 바 있다.

양국은 이 밖에 북한과 이란 핵 문제,아프가니스탄 대테러전 군사협력,경제위기와 통상문제 등을 논의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러시아와의 첫 회담을 양국 간 신뢰를 회복하고 관계를 재설정하는 기회로 활용했다는 평가다. 조지 부시 전 대통령 시절 미국과 러시아는 이란 핵 문제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확대,미국의 동유럽 MD 강행 등으로 인해 갈등관계를 보였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