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사모투자펀드(PEF)가 줄줄이 추진되고 있어 기업 구조조정에 탄력을 불어넣을 전망이다.

현재 준비 중인 PEF는 국민연금, 칸서스자산운용 등 10개로 전체 설정액은 최대 4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돼 2004년 PEF 제도 도입 이후 최대 규모가 될 전망이다. 이들 펀드는 대부분 기업 구조조정을 겨냥한 것이어서 향후 인수 · 합병(M&A)시장이 활기를 띨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연금은 6일 최대 1조4000억원을 지원할 재무안정 PEF 운용사로 우리PE-블랙스톤 컨소시엄과 하나대투증권 등 6곳을 선정했다.

이들은 기존 바이아웃 PEF가 아니라 국회에서 도입 예정인 재무안정 PEF를 설립할 예정이다. 재무안정 PEF는 구조조정 기업에 자금을 지원해주는 메자닌펀드(주식과 채권의 중간상품에 투자하는 중위험 펀드)와 유사한 방식이다.

국민연금은 선정된 운용사가 출자금액을 늘릴 경우 기본 출자액의 두 배까지 투자자금을 늘려 총 1조4000억원을 지원할 예정이다. 따라서 개별 PEF 규모는 2000억~8000억원 수준으로 총 2조8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선정된 운용사들이 이르면 이달 말에서 늦어도 내달에는 PEF 등록을 마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특정 M&A를 겨냥한 PEF 설립도 잇따를 전망이다. 금호생명의 유력 인수후보인 칸서스자산운용은 5000억원 안팎의 PEF를 조성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현재 칸서스자산운용은 우선협상 대상자 지위로 금호생명에 대한 실사를 벌이고 있으며 매각 작업은 막바지로 접어든 것으로 전해졌다.

산업은행의 대기업 구조조정 PEF 시리즈도 이달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예상된다.

동부그룹 계열사 동부메탈에 대한 정밀실사가 마무리 단계로 들어와 본격적인 가격 협상에 돌입함에 따라 동부메탈 인수를 위한 산은 PEF 설립이 임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동부메탈 인수가는 최소 5000억원에서 최대 1조원 수준까지 거론되고 있다.

최대 관심사인 산은의 대우건설 PEF는 대우건설이 우선 공개매각을 추진키로 함에 따라 일단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상태다.

금호그룹의 서울고속버스터미날 매각에 뛰어든 코아에프지 컨소시엄도 PEF를 조성해 인수 자금을 마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리딩투자증권은 미국 교포은행이자 나스닥 상장사인 한미은행 인수를 위해 PEF 설립을 검토하고 있다.

해외 자금을 끌어와 PEF를 만드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굿모닝신한증권은 중국 기관투자가들의 자금으로 1000억원 규모의 PEF 설립을 추진 중이다. 이 증권사 관계자는 "하반기 설립을 목표로 뛰고 있다"며 "국내 기업 구조조정 매물에 집중 투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이달과 내달에 PEF 설립 건수는 사상 최대에 달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PEF는 제도 도입 이듬해인 2005년 9월 보고펀드 MBK파트너스 맥쿼리코리아 등 7곳이 등록한 것이 최대 수준이었다. 출자약정금 기준으로도 당시 3조3500억원에 못지 않을 것이란 기대가 높다.

금융위기 이후 잠잠했던 PEF는 올 5월 4곳에 이어 지난달 3곳이 신규 등록하면서 활기를 되찾고 있다. 지난달에는 아주오토리스를 인수했던 PEF 전문회사 루터어소시에이트코리아가 1305억원 규모로 세번째 PEF를 설립했다.

한 PEF 전문가는 "국민연금이나 산업은행과 같은 공기업 주도의 PEF 설립이 마무리되면 크고 작은 민간 주도의 PEF 설립이 뒤따를 것"이라며 "다만 은행 보험 등 주요 PEF 투자자(LP)들이 아직도 몸을 사리고 있어 민간 주도의 PEF는 자금 조달에 애로를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조진형/장경영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