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재산을 기부키로 한 데는 어머니(채태원 여사 · 1964년 작고)가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 이 대통령은 자서전 《어머니》에서 "어머니는 처지가 비슷한 다른 사람을 돕기 위해 애쓰셨고,잘사는 부자들까지 돕게 하면서 세상을 당당하게 사는 법을 가르치셨다"고 했다. 재산의 사회 기부는 곧 어머니가 남긴 정신적 유산이라는 것이다. 이미 이 대통령은 서울시장 재직 시절 월급 전액을 아름다운 재단에 기부하는 형식으로 환경미화원과 소방공무원 가족을 돕는 데 썼다.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월급 전액을 저소득층 자녀를 위해 사용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자신의 재산을 사회에 기부하겠다고 구체적으로 마음 먹은 것은 현대그룹에 재직 중일 때로 알려졌다. 이후 재산 기부 의사를 처음 밝힌 것은 국회의원 시절이다. 1995년 발간한 저서 《신화는 없다》에서 이 대통령은 "아내와 나는 우리의 재산을 아이들에게 물려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대통령이 재산 사회 기부를 국민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약속한 것은 지난 대선을 열흘가량 앞둔 2007년 12월7일이었다. 검찰이 이른바 'BBK 의혹'에 대해 무혐의 결론을 내린 지 일주일 뒤 이 대통령은 선거방송 연설을 통해 "우리 내외가 살 집 한 채만 남기고 가진 재산 전부를 내놓겠다"고 선언했다.

재산 기부 준비작업이 본격화된 것은 올해 초다. 이 대통령의 고려대 61학번 동기로 지난 대선 당시 후원회장을 맡았던 송정호 전 법무부 장관이 '재산기부 추진위원회'를 책임 지면서부터다. 추진위는 약 4개월간의 작업 끝에 대통령 재산 기부를 발표했다. 이 대통령은 추진위측의 발표 계획 보고에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하라'는 평소 소신을 들면서 "발표를 꼭 해야 되느냐"고 말했다고 청와대 핵심 관계자가 전했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