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실업률의 상승 추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습니다.오바마 정부는 경기 부양책을 통해 내년까지 350만개 일자리를 지키거나 새로 만들어내겠다고 자신했는데요.어찌된 일일까요.

최근 미 노동부가 발표한 지난 6월 실업률은 9.5%에 달했습니다.당초 예상치인 9.6%보다는 낮지만 26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1년 전보다 두배 가까이 높아졌습니다.6월 한달 동안 사라진 일자리는 46만7000개로 전망치인 36만개보다 10만여개가 많았습니다.

앞으로 실업률은 더 올라갈 것으로 보입니다.오바마 대통령은 수개월안에 실업률이 10%를 돌파할 것이라고 예고했습니다.당초 오바마 정부는 7870억달러의 사상 최대 경기부양법이 시행되면 실업률을 8%대 안으로 제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시했습니다.실업률이 오바마 정부의 목표와는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는 까닭이 궁금한데요.

조 바이든 부통령은 5일 “오바마 정부가 전임 부시 정부로부터 물려받은 경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오판했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그는 앞으로 18개월 동안 경기부양책이 꾸준히 시행되면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인내심을 요구했습니다.지난 2월 의회가 경기부양법을 승인한 이후 일자리 창출에 필요한 도로,학교 건설 등에 아직 1200억달러 밖에 돈이 풀리지 않았다는 것입니다.앞서 오바마 대통령도 일선 현장으로 경기부양 자금을 푸는 속도를 높이는 게 정책적 과제라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최근 손성원 캘리포니아주립대 석좌교수는 특파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더 큰 틀에서 실업률을 분석했는데요.손 교수는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 무역규모가 줄어들고 있어 더 큰 문제”라면서 “무역 위축이 실업자 양산으로 이어진다”고 설명했습니다.중국,미국 등 거대 소비시장이 소비를 늘려야 하나 오히려 저축률만 높아져 세계 무역이 쪼그라 들어들고,이는 실업률 상승이라는 악순환을 낳는다고 지적했습니다.

실업률이 높아지자 미 의회의 비난도 쏟아지고 있습니다.하원의 스테니 호이어 민주당 원내대표는 경기부양 자금이 신속히 배분되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존 봬너 공화당 하원의원은 경기부양책이 일자리 창출은 커녕 재정지출만 늘렸다고 말했습니다.그럼에도 일각에서는 추가 경기부양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요구가 있습니다.마크 잔디 무디스닷컴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실업률이 두 자릿수로 진입해 지속적으로 상승할 경우 추가 경기부양책이 정부의 주요 어젠다로 떠오를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오바마 정부는 일단 좀 더 지켜보자는 입장입니다.7870억달러가 투입될수록 실업률은 낮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추가 경기부양책은 시기상조라는 얘기입니다.추가 부양은 천문학적인 재정적자를 더 키우는 부담도 있습니다.손성원 교수는 “과거 미국의 경기 침체기 때 실업률이 꼭대기에 달한 뒤 평균 11.8개월 후 정부가 금리를 올렸다”고 분석했습니다.다시 말해 미 경기가 완전히 회복되는 안정권에 들어가려면 실업률 상승세가 본격적으로 꺾이더라도 이 정도 기간이 더 필요하다는 관측입니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