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일 발표한 기업투자활성화 방안은 경제위기로 빈사상태에 있는 설비투자를 이끌어 내기 위해 정부와 국책은행이 직접 돈을 넣어 기업과 투자 위험을 나눠 지겠다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비즈니스 프렌들리'(친기업적) 정책의 결정판이라고 할 수 있다. 올해 설비투자 증가율 전망치는 -15~20%. 위기 이후를 헤쳐갈 성장동력을 찾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런 상황을 의식,이날 민관합동회의에서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을 설비투자"라고 강조하며 기업들이 나서 달라고 호소했다.


◆20조원 규모의 민 · 관 합동투자펀드 조성

자금지원 방안 중 정부가 가장 역점을 둔 정책이 바로 민 · 관 합동으로 조성하는 설비투자펀드다. 설비투자를 기업에만 맡길 것이 아니라 정부도 공동 참여함으로써 민간의 투자 유인을 높이고 위험도를 낮춰 주겠다는 게 정부의 복안이다.

설비투자펀드는 정부와 국책은행,연기금 등의 출자로 조성된다. 설비투자를 원하는 기업은 이 펀드에 투자자금을 신청해 심사받은 뒤 투자를 받는다. 신규 사업에 대한 투자의 경우 기업과 설비투자펀드가 공동으로 특수목적회사(SPC)를 설립하고,기존 설비 증설의 경우 펀드가 우선주 등 형태로 기업에 직접 출자하는 방식이 동원된다. SPC를 설립할 경우 펀드와 기업이 50 대 50으로 자금을 투입하고,펀드의 자금 투입은 출자나 장기회사채 인수 등으로 이뤄진다. 이렇게 설립된 SPC에서 발생된 이익은 기업과 설비투자펀드에 배당으로 돌려준다. 설비투자펀드 관리는 산업은행이 맡고 운영은 민간 전문기관을 선정해 위탁할 방침이다. 투자 대상은 주로 신성장동력 등 개별 기업이 부담하기엔 리스크가 큰 분야나 기술력을 갖췄으나 자금력이 부족한 유망 중소기업 등이다. SPC가 출자하더라도 경영권 관여는 안하며 나중에 출자 지분에 대한 우선매입권을 경영진에 준다.

정부는 일단 연내에 5조원(정부 1200억원,산은 1조3300억원,기은 5500억원,국민연금 등 3조원) 규모의 설비투자펀드를 조성하고 산은 등의 설비자금 대출 5조원을 포함,모두 10조원 규모의 자금지원에 나설 계획이다. 단계적으로 20조원 규모까지 늘릴 계획이다. 여기에다 기업들이 분담할 매칭 자금(20조원)까지 합치면 40조원으로 불어난다.



◆파격적인 세제 지원

정부는 특히 미래 핵심기술 분야 연구개발(R&D) 투자에 대해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고 수준의 세제 혜택을 주기로 했다. 발광다이오드(LED),녹색금융,그린수송시스템 등 신성장동력 산업 R&D 투자의 경우 대기업은 투자금액의 20%,중소기업은 30%를 세액 공제받게 된다. 이는 종전 공제율이 3~6%인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예컨대 삼성전자가 LED 분야 R&D에 1조원을 투자할 경우 20%인 2000억원을 당해연도 사업에 대해 내야 할 법인세에서 깎아준다. 종전대로 하면 공제액은 최대 600억원에 불과하다. 원천기술 분야 R&D 투자는 세액 공제율이 대기업의 경우 25%,중소기업은 35%까지 높이기로 했다. 이웃 일본의 경우는 대기업 중소기업 상관없이 평균 8~10% 수준에 머물고 있다.

정부는 또 신재생 에너지와 탄소저감에너지 등 녹색기술 산업 시설투자에 대해서도 공제율을 종전 10%에서 20%로 확대했다. 특히 에너지 신기술 중소기업은 소득이 발생한 해부터 4년간 법인세의 50%를 감면키로 했다.


하이닉스 이천공장 증설 내년 허용

각종 입지 규제도 완화된다. 특히 상수원 보호를 위해 팔당호,대청호 등 수질보전특별대책지역에 공장을 신 · 증설하지 못하도록 하는 입지 규제가 풀린다. 이에 따라 수질보전특별대책지역인 경기도 이천에 공장을 두고 있는 하이닉스반도체도 기존 공장 옆에 새 반도체공장을 지을 수 있게 된다. 하이닉스의 경우 2005년부터 구리를 이용하는 첨단 반도체라인을 기존 이천공장 옆에 짓게 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정부가 불허하자 2007년 이천 대신 청주에 새 공장을 지은 바 있다. 정부는 하이닉스가 구리를 배출하지 않는 '무방류시스템'을 갖출 경우 내년에 이천공장 부지에 새 공장을 짓게 해준다는 방침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하이닉스의 경우 투자 여력이 없어 실제 공장 신 · 증설을 할지는 불투명하지만 모 기업이 입지 규제를 완화하면 공장을 이전하겠다는 투자 계획을 타진해왔다"며 "규제 완화로 2013년까지 1000억원가량의 투자유치가 가능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종태/이태명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