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최저임금 인상률 2.75%는 외환위기 때인 1998년의 2.7% 이후 가장 낮은 폭이다. 특히 2007년 12.3%,2008년 8.3%,올해 6.1% 등에 이어 4년째 감소세를 보이게 됐다. 최저임금이 2000년대 들어 지나치게 높은 폭으로 오른 데다 최근 경제위기에 따른 기업의 경영난이 가중된 점 등이 반영된 결과다.

이번 최저임금 협상은 경제위기에 따른 저임금 근로자들의 생활권 문제와 영세기업의 임금 지급력 부족 등 문제가 얽혀 초반부터 난항을 겪었다. 합의를 통해 최저임금을 결정했던 작년과 재작년과는 달리 노사는 초반부터 대립각을 세웠다. 근로자 측은 최근 경제위기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최저임금 인상 요구안(26.3%)을 뛰어넘는 28.7%를 요구했고 사용자 측은 최저임금 협상 사상 처음으로 삭감안(-5.8%)을 내놓으며 맞섰다.

노동계는 "올해 최저임금은 근로자 평균 임금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라며 "최저임금이 최근의 가파른 물가상승률을 반영하지 못한다면 경제위기 속에서 저임금 근로자의 빈곤이 심화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사측은 "2000년 이후 최저임금 인상률이 연평균 10.1%로 물가상승률의 3배를 웃돌다 보니 최저임금의 주된 적용대상인 영세 · 중소기업이 존폐의 기로에 서게 됐다"며 반박했다.

이후 양측은 협상을 통해 근로자 측은 4.0%,사용자 측은 0.9%까지 인상률을 조정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결국 법정 협상기한을 넘긴 30일 새벽 표결을 통해 공익위원안으로 결정됐다. 인상률은 2.75%지만 수혜대상 근로자 수는 올해 208만5000명에서 내년에는 256만600명으로 23.0% 증가하게 됐다. 경제위기 여파로 임금총액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이날 결정된 최저임금안은 노동부 장관이 노사단체의 이의제기 접수 등을 거쳐 8월5일까지 확정 고시하게 된다.

최저임금은 중소기업의 내 · 외국인 근로자,대기업 고졸생산직 신입사원,청소원,보육교사 등의 임금인상 기준이 된다. 월급으로 환산하면 주당 40시간 근무제가 적용되는 기업은 85만8900원,44시간 근무제 기업은 92만8860원이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