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으로 좌우 양면 공격을 받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은 국정 현안에 대한 타개책으로 최근 '중도(中道)'를 천명하며 서민을 위한 정책을 펴겠다고 한다. 며칠 전 재래시장을 방문하는 등 그의 행보도 빨라지고 있다.

그러나 '중도'가 '중간'이라는 일상적 의미에서 선악을 초월하는 심오한 불교적 의미까지 매우 폭넓게 사용되긴 하지만 '어중간한 상태'를 가리키거나 '이도저도 아닌 상태'를 지칭해선 안 된다. 그렇게 되면 '중도'로 포장된 노선과 정책은 시류에 영합하는 원칙 없는 누더기가 돼 버린다.

실제로 중도의 미덕인 '중용'을 강조하는 아리스토텔레스나 맹자의 주장 어디에도 중도나 중용이 '어중간하거나''이도저도 아닌 상태'를 가리킨다고 하지 않는다. 진정한 의미는 자신이 처한 본분을 다하는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좌파들이 자신이 불리할 때 잘 사용하는 '새는 좌우날개로 난다'는 주장은 '중도'를 곡해하는 그릇된 것이다. 새가 평형을 유지하며 나는 것은 두뇌의 조정,즉 이념 때문이다. 또 그들은 자신들의 주장이 잘 먹혀들어갈 경우,결코 새가 좌우날개로 난다고 하지 않고,왼쪽만이 진리라고 한다. 특히 정권 퇴진까지 주장하는 일부 좌파세력의 행태를 고려할 때,대통령의 중도 표방은 그 이념적 정체성부터 명백히 하고 이를 일관성 있게 견지해야 한다.

그리고 중도로 가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이 법과 질서를 준수하고 이를 엄정하게 집행하려는 확고한 의지이다. 지난 정부에서 미군기지 이전을 둘러싼 평택 시위에서 '시위대도 한 발 물러서고, 경찰도 한 발 물러서야 한다'는 당시 국무총리의 발언은 중도를 왜곡하고 사실을 호도하는 아주 잘못된 해법(?)이다. 시위대는 시위현장에서 현행법을 준수해야 하고, 경찰은 이를 엄정하게 집행해야 중도의 의미가 제대로 살아있는 사회이다. 이 점을 간과한다면, 대통령의 중도노선은 이제까지 그래 왔듯이 앞으로도 일부 과격세력에 의해 질질 끌려다니는 형국이 돼버린다.

'중도'의 맥락에서 '서민을 위한다'는 정책을 명목상 반대할 사람은 없지만, 이 명분으로 임시변통의 정책을 상시적으로 내세울 것이 아니라 시장경제원리를 확고히 준수하는 것이 중요하다. 즉 규제완화, 공기업 민영화 등 원래 공약으로 세운 정책을 일관성 있게 추진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원칙 없이 서민을 위한다는 정책만을 고집하는 것은 지난 좌파정권의 실효성 없는 정책과 전혀 다를 바 없는 것이 되고 만다.

이념적 정체성이나 원리원칙이 없으면, 대통령의 중도노선은 '외도(外道)'가 되어버린다. 일반국민들의 머리 속에는 그의 정치불신, 특히 여의도 정치에 대한 불신이 강하게 남아있다. 우리 정치의 그릇된 행태를 인정하지만, 대통령의 본업은 정치행위에 있다. 취임 이후 줄곧 정치적으로 해결할 수 있었던 문제들에 대한 대통령의 실기(失機)는 그의 노선이 '중도'보다 '외도'임을 극명하게 보여준 사례이다.

끝으로 심야교습 금지 같은 사교육대책도 정도를 벗어난 외도이다. 고속도로가 막히면 잡상인들이 운전자들의 무료함을 덜기 위해 달려든다. 이 경우 잡상인 금지보다는 소통을 위한 근본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원칙일 것이다. 마찬가지로 사교육 대책과 같은 대증요법이 아니라 공교육을 정상화하는 교육정책을 강구해야 한다. 단위학교의 선발권 부여,학교평가와 교원평가의 즉각 실시, 만악의 근원인 평준화 폐지가 그것이다.

손병두 전 서강대학교 총장의 지적처럼 기업규제보다 더한 교육규제도 과감히 풀어야 한다. 이런 조치가 없다면,서민층 자녀를 위한다는 사교육비 대책은 '외도'에 불과하다.


김정래 <부산교대 교수ㆍ교육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