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9번 버스는 교통 체증으로 연착이 잦아 노선을 단축한다. ''0013번 버스는 차고지 이전을 위해 0211번 버스와 노선을 통합한다. ''청계천변을 지나던 유일한 노선이던 300번 버스는 승객이 적어 바꾼다. '

지난 20일 서울시가 일부 지역의 버스 노선을 폐지하거나 조정하면서 내세운 이유다. 그러나 이 같은 서울시의 버스 노선 조정은 불과 10일도 되지 않아 불편을 호소하는 시민들로부터 원성을 사고 있다. 이들 노선 버스를 이용해온 시민들은 "서울시가 정확한 실태조사 없이 행정편의적으로 노선을 조정했다"며 반발하고 있다.

민원이 가장 많이 제기되고 있는 노선 버스는 하계동에서 이촌동까지로 노선이 단축된 149번 버스.이 버스는 원래 서초동까지 운행했었다. 하지만 서울시는 반포대교에서 반포IC 구간까지 차가 막혀 제시간에 버스가 오지 않는 등 민원이 자주 발생하자 반포대교부터 서초동 구간의 운행을 중단했다. 이로 인해 그동안 149번을 이용해 강 · 남북을 오가던 시민들은 유일한 출퇴근 수단이 사라졌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촌동에 거주하는 정성모씨(35)는 "출근할 때마다 수백m를 걸어 환승하거나 멀리 돌아가는 버스로 갈아타야 해 오히려 더 많은 시간이 걸린다"고 불편을 호소했다.

서울의 대표적 재래시장인 동대문시장과 남대문시장을 오가는 421번 버스도 잘못된 노선 변경으로 민원이 빗발치고 있다. 이 구간은 0013번 버스가 다니던 곳이지만 서울시는 차고지 이전을 이유로 기존 0013번 버스와 0211번 버스의 일부 구간을 통합해 421번 노선을 신설했다. 하지만 노선 통합으로 인해 버스 정류장이 시장에서 수백m 떨어진 곳에 설치돼 시장 상인들의 불편이 더욱 가중됐다. 동대문 상인 김모씨(54)는 "일 때문에 동대문과 남대문을 오갈 때가 많은데 어느 날 보니 노선이 없어져 황당했다"고 말했다. 시는 시장 상인들의 민원 전화가 계속되자 폐선했던 105번 노선을 복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 같은 결정은 노선이 조정된 지 10일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나온 것이어서 서울시는 시민의 불편도 제대로 고려하지 않은 채 노선 조정을 단행했다는 비판에 직면하게 됐다.

승객이 적다는 이유로 노선을 폐지한 것에 대한 비판도 거세다. 서울시는 이번 조정을 통해 9202번,4212번,300번,6715번,6627번 등 5개 노선을 없애거나 운행구간을 줄였다. 이용객이 적어 수지가 맞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이 같은 버스 노선 조정은 버스공영제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것이 시민들의 지적이다. 대치동에 거주하는 배제연씨(26)는 "설사 수지가 맞지 않더라도 시민 편의를 위해 필요한 노선은 운영하는 것이 버스공영제가 아니냐"며 "약간의 문제로 버스 노선을 성급히 없애버리는 것은 '소탐대실'"이라고 비판했다. 서울시는 이에 대해 "운송 수지나 도로 여건,시민 편의 등 많은 부분을 고려하다 보니 일부 실수가 있었다"며 "민원이 많이 제기되는 구간에 대해서는 다음 노선 조정까지 기다리지 않고 신설 노선을 배치하는 등 이른 시일 안에 해결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이재철 기자 eesang6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