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사태 이후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위기의 핵심은 계파 갈등이다. 친이와 친박이 화학적 결합에 실패하면서 당내에서조차 두 나라당,세 나라당이라는 자조가 나오고 있다. 안정과반 의석을 확보하고 있음에도 정국을 주도하지 못하는 모래알당이라는 비판을 듣는 이유이기도 하다. 최근 불거진 조기전대 문제와 분당론도 계파정치의 이해관계에서 비롯된 측면이 강하다.





◆흩어지는 친이계

친이계의 분화는 총선 직후 불거진 친박(친박근혜) 복당 문제로 촉발됐다. 정권창출 당시 단일대오를 형성했던 친이계는 이상득 의원이 주도하는 '온건파'와 이재오 전 의원이 주도하는 강경파로 나뉘게 된다. 이들은 사안마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의 관계 설정을 두고 각을 세웠다.

4월 재보선 참패는 친이계 분화의 불길에 기름을 끼얹었다. 박 전 대표의 지원없인 선거 참패가 뻔하다고 판단한 수도권 친이계 의원들이 당 쇄신을 주장하며 전면에 나선 것.대표적인 강경파인 정두언 권택기 김용태 임해규 차명진 의원 등 소위 '7인회의' 멤버들은 박 전 대표의 전면 등장을 촉구하며 기존 강경파와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반면 강승규 조해진 김영우 의원 등 친이 직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한 '48인회'와 친이계 초선의원들이 주축이 된 '선초회'는 최근 당내 쇄신논의가 '정권흔들기'의 성격이 짙다며 이들과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내홍을 거치면서 친이계는 7개 정도의 소계파로 나뉘어졌다.

◆커지는 중립지대

기존 친이계 인사로 분류됐던 의원 중 10명 이상이 최근 중립지대로 옮겨간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런 현상이 총선대비용의 성격이 짙다고 보고 있다.

수도권의 한 의원은 "새롭게 중립지대로 편입되고 있는 의원들의 대부분은 친이계"라면서 "친박계에서 중립지대로 옮겨간 의원은 단 한 명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가까이는 내년 지방선거,멀게는 다음 총선에서 박 전 대표의 역할을 의식한 움직임일 가능성이 높다"면서 "재선을 목숨처럼 여기는 여의도 정치의 습성상 중립지대 의원들이 공천 문제 등이 불거지면 친박진영으로 대거 유입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간 떠돌던 주이야박(晝李夜朴 · 낮에는 친이계,밤에는 친박계)이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친박은 여전히 단일대오

친박계는 여전히 공고한 전선을 구축하고 있다. 최근 '원내대표 추대' 문제로 박 전 대표와 김무성 의원 간의 불화가 표면화되기도 했지만 화해로 일단락된 모양새다. 친박계 내부에서도 어느 정도 '라인'이 존재하지만 이는 권력투쟁을 위한 분화가 아닌 참모진과 비서진 등 친박 내 역할과 임무에 따른 분화의 성격이 짙다.

구동회 기자 kugij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