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경기도 파주 LG디스플레이 8세대 공장.축구장 8개 크기에 달하는 6층 높이 공장에서는 대형 로봇들이 분주히 커다란 유리기판을 움직이고 있었다. 이곳에서 만들어지는 것은 TV에 쓰이는 55인치 대형 LCD(액정표시장치) 패널.55인치 6장을 만들어낼 수 있는 유리기판(2200×2500㎝) 기준으로 1년에 8만3000장을 생산해낼 수 있다.

제품 양산을 시작한 지 3개월밖에 되지 않았지만 공장은 완전 가동 상태다. 구도회 공장장(상무)은 "필립스,히타치,후지쓰 등 대형 거래처에서 주문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다"며 "세계 경기 침체로 아직 감산체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대만 등의 경쟁 업체들과 확실하게 차별화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LG디스플레이는 8세대 공장의 양산 능력을 기존보다 1.5배 높이기 위해 공장 안에 사람이 드나들지 않아도 되는 ROS(Remote Operating System)를 도입했다. 먼지가 한톨이라도 들어가면 LCD는 불량품이 되기 쉽다. 그래서 먼지가 없는 '클린룸'을 만들어 기계를 돌린다. 하지만 이런 방법에도 한계는 있다. 방진복을 입은 직원들이 기계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드나들면 먼지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LG디스플레이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설비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모든 작업을 클린룸 외부로 빼냈다. 각 공정마다 이런 시스템을 적용해 인건비도 48%나 줄었다. 공장 설계 단계에서도 클린룸 공간을 최대로 늘리는 설계 변경을 통해 비용을 20%나 줄였다.

공장 관계자는 "초기 단계부터 최고 기술진을 선별해 투입하고 효율적인 설계 변경을 통해 준공 후 완전한 양산까지 8개월이나 걸리는 시간을 3개월로 줄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LG디스플레이는 차세대 공장을 짓기 위한 부지를 8세대 공장 인근에 마련했다. 연간 20%씩 성장하고 있는 LCD 시장을 주도하기 위해서는 매년 그만큼의 생산능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이방수 LG디스플레이 상무는 "세계 시장의 25%를 점유하고 있는 글로벌 선두업체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차기 투자를 준비하고 있다"며 "조만간 시장 상황에 맞는 투자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예 기자 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