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9 · 11 참사 당시 목숨을 잃은 매캐너니(50 · 여)의 희생자 보상금을 놓고 논쟁이 벌어졌다. 그녀와 20년 동안 함께 산 동성 파트너 크루즈는 50만달러의 보상금이 매캐너니의 남자 형제인 제임스에게만 주어진 것이 부당하다며 자신에게 절반을 달라고 요구했다. 집을 공유하고 모기지와 생활비를 공동 지출하고,신용카드도 공유했으며 생명보험 수혜자로 서로를 지명했기 때문에 자신의 몫을 받아야 한다는 것.그러나 제임스는 두 사람의 관계를 법적으로 승인할 수 없고 유언도 없이 죽었기 때문에 자신이 보상금을 모두 가져야 한다고 반박했다.

#2. 마이클이 심장발작으로 쓰러지자 담당의는 요양 시설에 입소할 것을 권했다. 그러나 그는 아내에게 자신을 집에서 돌봐주면 죽고 난 뒤에 상당한 유산을 물려주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그는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그가 죽자 아내는 남편의 전 부인 딸이 상당한 유산을 받게 됐다는 사실을 알고 남편의 약속을 강제 집행해 달라고 상소했지만 기각됐다.

이들의 사례는 '관계에 대한 금전적 보상'이 얼마나,어느 영역까지,어떻게 인정되고 수용되는지를 극적으로 보여준다. 9 · 11 사태 때,희생자 한 명에 대한 보상을 요구하는 유족은 별거 중인 남편,동거자,전 남편,애인,자녀 등 여럿이었고 얼마나 보상을 해야 하는지 논란이 이어졌다.

커플의 권리에 대한 논쟁은 더욱 복잡하다. 혼인 과정에서는 혼수를 주고받거나 공동으로 집을 구매하는 경제행위가 뒤따르고 어느 한쪽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도 연쇄적으로 일어나기 때문이다.

프리스턴대 교수인 비비아나 젤라이저는 《친밀성의 거래》에서 대인 관계와 경제 행위를 집중적으로 다루며 부부 · 연인,부모 · 자녀 등 가장 친밀한 사이에 초점을 맞춘다. 그는 돈을 목적으로 하는 관계가 아니라 진심과 친밀함을 담은 관계에 자연스럽게 돈문제가 스며드는 상황을 파헤친 뒤 친밀성과 경제 행위를 분리하는 우리의 통념에 '친밀성과 경제의 만남'이라는 새로운 관점을 열어준다.

"어떤 조합의 경제적 행위와 친밀한 관계가 더 행복하고 더 생산적인 삶을 만드는지 고민해야 한다. "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