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만원권 시대 본격 개막] 23일 하루 1조6500억 풀려
5만원권 지폐가 시중에 풀린 첫날인 23일 은행 영업창구에는 5만원권을 구하려는 고객들이 장사진을 쳤다. 교환 수요가 몰린 영업점은 "좋은 번호를 달라"는 고객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한은은 이날 5만원권이 서울 지역 7685억원을 포함해 전국적으로 1조6462억원 풀린 것으로 잠정 파악했다.

◆…한국은행은 이날 오전 6시부터 금융회사 본점에 5만원권을 공급했으며 각 은행들은 영업점당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씩 배부한 뒤 오전 9시 점포 문을 열면서 고객들에게 신권을 교환해줬다. 한은 관계자는 "이달 말까지 누계 2조원(4000만장) 안팎의 5만원권 인출수요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성태 한은 총재는 "36년 만에 새 고액권인 5만원권이 발행돼서 기쁘다"며 "널리 편리하게 사용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서울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 영업부의 경우 오전 9~10시 창구에서만 30여명이 줄을 서서 5만원권을 바꿔 갔다. 은행 관계자는 "평소 오전 9~10시는 방문객이 거의 없는 시간대"라며 "원래는 출납창구에서만 신권 교환을 해 주는데 오늘은 모든 창구 직원들이 5만원권 교환을 해주도록 했다"고 말했다.

국민은행 여의도영업부 창구에는 개점을 앞두고 5만원권을 찾는 고객들이 줄을 서서 기다렸으며 우리은행 명동 본점에서는 일본인 관광객들이 5만원권을 바꿔가는 모습도 보였다. 은행 측은 1인당 교환매수를 20장으로 제한하기도 했지만 사재기하듯이 쓸어가는 사람은 없었으며 대부분 기념으로 5~10장씩 바꿔 갔다고 전했다.

고객들은 "생각보다 그림이 예쁘게 잘 나왔고 지갑이 가벼워져 좋다"는 반응을 보였다. 정병민 우리은행 테헤란로지점 부지점장은 "프라이빗뱅킹(PB) 고객들이 고액권 발행 전에 한 다발(500만원),두 다발(1000만원)씩 사전에 예약해놓았다"며 "소장하거나 가족,친지들에게 선물하려는 것 같다"고 밝혔다.

◆…별다른 문제는 아직 발생하지 않았으나 5000원권과 혼동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박종이 국민은행 여의도영업부 팀장은 "예전에는 고액권 한 다발이 100만원이었는데,이제는 500만원이라 돈의 가치가 헷갈리고 기분도 이상하다"고 말했다. 한윤대 농협중앙회 침산지점 주임은 "5만원권이 5000원권과 색깔이 비슷해 잘못 사용할까 걱정도 된다"고 우려했다.

고객들이 자주 이용하는 현금입출금기(ATM)에서는 아직 5만원권을 사용할 수 없어 당분간 불편이 예상된다. 대다수 은행이 5만원권을 인식할 수 있는 ATM을 서울 등 대도시 거점 점포 위주로 지점당 한 대만 설치했기 때문이다.

◆…정부와 경찰,시중은행 등은 5만원권 발행을 계기로 자금세탁과 뇌물수수,위폐 제조 등의 부정사용이 늘어날 가능성에 대한 대책 마련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경찰청은 위조지폐 식별 요령이 기재된 안내서 2만부를 일선 경찰서에 배포하는 등 위폐사건에 철저히 대비키로 했다. 경찰은 안내문을 전국의 편의점,재래시장,주유소 등 현금을 많이 취급하는 업소에 집중적으로 배포하고 위폐 구별 방법을 홍보했다. 자금세탁 방지를 맡고 있는 금융정보분석원(FIU)은 5만원권의 부정사용 가능성을 막기 위해 모니터링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심기/유창재/유승호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