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국세청, 인사-제도 개혁 시사
이념대립, `중도실용' 강화로 돌파


이명박 대통령이 국정개혁을 통한 내치 강화에 본격 착수했다.

작년말부터 `올인'하다시피 했던 `경제 살리기'를 통해 경제 상황이 한숨을 돌릴 형편이 됐고, 4강외교 강화와 `신(新)아시아 외교'를 통해 북핵 등 안보 문제에 대처할 토대도 마련된 만큼 이제는 내치에 눈을 돌려 집권 2기를 겨냥한 국정개혁에 매진할 시기가 됐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또 4.29 재보선 참패 이후 여권을 뒤덮었던 쇄신 논란과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에 따른 `조문 정국'이 큰 고비를 넘었다는 진단도 이 대통령이 국정개혁 쪽으로 방향을 전환할 수 있었던 요인으로 거론된다.

이 대통령은 21일 전격 단행한 검찰총장과 국세청장 인사에서 향후 국정 개혁의 일단을 선보였다.

전임 총장에 비해 3기수 아래인 천성관 서울중앙지검장의 검찰총장 발탁과 사상 첫 교수출신인 백용호 공정거래위원장의 국세청장 내정은 그간 어느 정권도 손대기 어려웠던 검찰과 국세청에 대한 과감한 인적.제도적 개혁을 예고하는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두 권력기관의 장을 T.K(대구.경북) 등 영남 출신이 아니라 충청 출신이 맡은 것도 이 대통령의 `신(新) 인사' 스타일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 대통령은 검찰총장과 국세청장 내정 다음날인 22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두 기관에 개혁을 강하게 주문했다.

"조직의 변화를 줄 필요가 있다는 생각에서 인사를 하게 된 것"이라고 말한 것이나 "검찰은 이른바 법치를 확고히 지켜나가야 하고 기존 (검찰의) 수사관행에 무엇이 문제가 있었는 지 차제에 돌이켜볼 필요가 있다"고 밝힌 점이 그것이다.

아울러 "국세청의 경우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국세행정의 개편에 대해 충분히 논의해서 제대로 된 개혁이 이뤄지도록 할 필요가 있다"는 언급도 이같은 분석을 가능케 하는 대목이다.

이를 반영이라도 하듯 이날 국세청은 지방청장 등 고위간부 18명이 명예퇴직을 신청했고, 검찰도 김준규 대전고검장이 사의를 표명하는 등 고위직의 연쇄 용퇴 움직임이 일고 있다.

여권에서는 이 대통령이 검찰총장과 국세청장 인사에서 보여준 `신 인사'와 국정이슈의 전략적 선점, 소통 강화, 그리고 최근 라디오 연설에서 밝힌 `근원적 처방' 등의 국정개혁을 통해 정국 혼란을 정면돌파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또 이같은 국정개혁은 이 대통령이 취임초부터 국정기조로 내세웠던 `중도 실용'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집중될 것이란 전망이다.

즉, 최근의 정국혼란이 지나친 이념 갈등과 과잉에서 비롯된 측면도 있다고 보고, 중도 실용주의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이념 문제를 우회하겠다는 구상으로 해석된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정치권과 종교계, 언론계 등 광범위한 의견수렴을 거쳐 내달중 대국민 담화 또는 국민과의 대화, 기자회견 등의 형식으로 이같은 국정개혁 방안을 직접 국민들에게 설명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7월 중순 이후로 점쳐지고 있는 내각과 청와대의 인적개편도 국정개혁 흐름과 맞물려 고강도로 이뤄질 가능성이 있지 않느냐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다만, 그 규모보다는 내용에 무게중심이 실리면서 개혁성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이뤄질 것이라는 추정도 만만치 않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대통령은 필요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취할 뿐이지, 국면전환을 위해 인위적으로 대규모 개각을 한다든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본 것도 이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서울연합뉴스) 추승호 기자 chu@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