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는 봄 여행지다. 지심도의 동백이 후두둑 떨어지고,해상농원 외도가 오색 봄꽃으로 새단장할 즈음이 제일 아름답다. 거제가 봄마중 1번지로 빠짐없이 꼽히는 까닭이다. 그렇다고 꼭 봄을 고집할 이유는 없다. 요즘도 봄에 못지않은 여행의 멋을 만끽할 수 있다. 외도의 꽃과 정원 풍경은 여전히 화려하고,지심도의 동백나무 터널은 한정없이 걷고 싶은 마음을 불러일으킨다. 무엇보다 도장포의 '바람의 언덕'을 휘돌아 한려해상국립공원의 그 쪽빛 바닷물을 출렁이게 만드는 바람이 좋다.



Take 1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섬

외도는 '밖에 있는 섬'이라는 뜻이다. 구조라항에서 보면 내도(안섬)를 지나 외도가 보인다.

1969년 고(故) 이창호씨가 거제도 부근의 섬에서 낚시를 하다가 풍랑을 만나 외도에서 하룻밤 민박한 것을 인연으로 해상농원 외도의 역사가 시작됐다. 이창호·최호숙씨 부부는 섬 주민의 요청으로 3년에 걸쳐 섬 전체를 사들였다고 한다. 외도 개발은 말처럼 쉽지 않았던 것 같다.

처음 시작했던 밀감농장이 겨울 한파에 꽁꽁 얼어버렸고,재기를 노리고 시작한 돼지농장 역시 돼지고기 파동이란 직격탄에 말아먹고 말았다. 이후 최호숙씨는 정원을 꾸며보고 싶다는 막연한 꿈을 실천에 옮기기 시작했다. 서울에서 묘목이며 건축 재료,장식품 등을 사 나른 뒤 직접 심고 가꾸어 지금은 국내 유일의 해상농원으로 연간 100만명이 찾는 거제 관광 1번지가 됐다.

외도는 과연 아름답다. 인공의 흔적이 너무 강해 비현실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정문을 지나 올라가면 왼쪽 위로 드라마 '겨울연가'의 마지막 장면을 촬영한 관리사무소 건물이 보인다.

공작분수 너머는 50여종의 희귀 선인장으로 가꿔진 선인장 동산.밀로의 비너스상 앞에서 사진 한 컷.니케의 여신상 앞도 근사한 사진 포인트다. 선인장 동산을 올라서면 비너스 가든이 나온다. 초창기 돼지를 키웠던 초등학교 분교 운동장 자리다.

지금은 외도를 대표하는 곳으로 세상 그 어느 정원보다 아름다워 보인다. 버킹엄궁의 후정을 모티브로 했다고 한다. 곳곳에 배치된 비너스상,바이올린 모양의 동백나무 프레임이 잘 어우러져 있다. 사택 뒤쪽의 놀이조각 공원이 비너스 가든의 감상 포인트.오른쪽 천국의 계단 지역도 한눈에 볼 수 있다.

화훼단지와 대죽로를 지나면 전망대가 나온다. 탁 트인 바다에 가슴속 깊이까지 시원해진다. 해금강과 갈매기섬,안섬,그리고 날이 좋으면 대마도까지 보인다. 파노라마 휴게실에서의 커피 한잔이 감미롭다.

놀이조각 공원에 이어지는 길은 천국의 계단.밀감나무를 위한 방풍림으로 심은 편백나무가 주변의 정원수와 어울려 예쁜 태피스트리를 짜놓은 것 같다. 쇼핑몰과 외도 갤러리를 지나 내려서는 계단은 산토리니 섬의 하얀 계단 풍경을 떠올리게 한다. 산토리니 섬에서 찍은 어느 상업광고물의 CM송을 흥얼거리는 이들도 많다.

Take 2 걷고 싶은 동백나무 터널, 지심도

지심도는 장승포에서 15분 거리,한려해상국립공원의 동쪽 끝에 있는 작은 섬이다. 원시림에 가까운 굵은 동백나무가 터널을 이루고 있다. 어찌나 울창한지 대낮에도 어두컴컴할 정도다. 붉디 붉은 동백꽃은 없지만 천천히 걷기에 안성맞춤이다. 최근 이곳에서 찍은 TV리얼리티 예능프로그램인 '1박2일'이 방영돼 더 친근해졌다.

동백 터널 길은 섬 꼭대기 활주로 옆으로 이어져 있다. 활주로까지 오르는 길에 자리한 민박집 풍경이 정겹다. 국방과학연구소에서 왼쪽으로 꺾으면 활주로다. 활주로 오른편 키 큰 산죽 길을 지나면서 내내 동백숲이 터널을 이룬다. 천천히 걸으며 몸과 마음을 비우기에 안성맞춤이다. 가족이 옆에 있다면 푸근하고,연인과 같이 있다면 즐겁겠다. 그도 저도 아닌 혼자라면 금상첨화다.

국방과학연구소 앞 아랫길로 가면 2개의 포진지와 탄약고가 있다. 일제 때 일본군이 만들어 놓은 군사시설인데 제법 커다란 포를 설치했던 것 같다. 지금은 작은 무당개구리들이 차지하고 있다.

거제시는 지심도와 거제 일대에 산재해 있는 이들 일본 관련 흔적과 한류 드라마 촬영 현장을 홍보해 일본인 개별 관광객을 끌어들인다는 계획을 세워 놓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로는 처음 'QR코드'를 도장포 유람선터미널 등 일본인 관광객이 올 만한 곳에 붙여 놓고 있는 이유다. QR코드는 2차원 바코드.휴대폰 카메라로 촬영해 저장해두면 필요할 때 손쉽게 무선인터넷에 접속,해당 업체나 기관,상품 등의 최신 정보를 검색할 수 있다.

방한 일본인 관광객의 70%를 넘는 개별 여행객들의 관광 관련 정보 욕구를 경제적으로 해결해줄 수 있는 수단으로 평가받고 있다.

대개는 탄약고에서 돌아서지만 좀 더 나가면 지심도의 멋진 해안절벽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 나온다. 사람이 잘 다니지 않아 길은 뚜렷하지 않고 조금은 가팔라 위험하기도 하다. 그러나 그 길 끝의 바위에 앉아야 지심도 여행이 완성된다. 급하게 떨어지는 해안절벽과 그 아래 부서지는 파도,그리고 끝없이 펼쳐진 바다에 가슴이 시원하게 뚫린다.

거제=글·사진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

여행 Tip

서울에서 경부ㆍ중부고속도로~대전~대전통영고속도로~통영~14번 국도~신거제대교를 건너면 거제시가 나온다. 서울 남부터미널에서 거제행 버스가 다닌다. 넉넉잡아 4시간30분이면 충분하다.

지세포만 14번 도로변의 관광호텔 '상상 속의 집'(055-682-5251)이 바다 전망을 자랑한다. 객실마다 개인 주차장이 있으며 주차장에서 객실이 바로 연결된다. 시청이 있는 고현동의 '장어한마리'(055-632-7846)가 (붕)장어구이(3만원),장어탕(9000원)으로 유명하다. 남부 저구리 근포의 '은하수횟집'(055-633-1438)은 초대형 자연산 광어만을 취급하는 횟집으로 소문이 자자하다. 장승포 '항만식당'(055-682-3416)의 해물뚝배기도 거제에서 맛봐야 할 메뉴.커다란 뚝배기에 담긴 해물의 종류와 양으로 한 번,조미료를 쓰지 않은 담백한 국물맛으로 한 번 도합 두 번 놀란다. 네 명이 먹고도 남는 대자가 6만9000원.

외도(070-7715-3330)는 도장포 등 6곳에서 유람선을 타고 들어간다. 기본 코스인 도장포~해금강~외도 2시간10분 코스는 어른 1만6000원.외도 입장료는 어른 8000원.지심도는 장승포항에서 들어간다. 10월15일까지 하루 5회 다닌다. 왕복 1만원.거제시 관광과 (055)639-3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