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여사,현장에 나와보니 소감이 어때? 당신이 무슨 짓을 했는지 눈에 보여?이제 만족해?ㅋㅋ." 문화방송 PD수첩의 김보슬 PD가 촛불시위현장에서 만난 담당 작가 김은희씨에게 했다는 말이다. 1년 전 많은 시민들을 터무니 없는 공포와 집단 공황상태에 빠트린 '광우병 사태'는 PD수첩이 기획한 '나쁜 드라마'였다. 작년 4월 방영된 PD수첩의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으로부터 안전한가'는 문제 제기에 그친 게 아니라 '스스로' 문제를 일으켰다. 검찰은 지난주 PD수첩이 문제의 광우병 프로그램 30여곳에서 왜곡 · 허위 · 과장을 했다고 발표했다.

그들이 제공한 왜곡된 정보는 인터넷 공간에서 미국산 쇠고기를 먹으면 '뇌송송 구멍탁'된다는 미신으로 확산되면서 철부지 초등학생과 중학생들까지 거리로 이끌었다. 어린 학생들은 자신이 맹종하는 아이돌 스타가 광우병에 걸릴 수 있다는 가상 현실에 마취된 채 집단행동에 나섰다는 분석도 있다. 실제 아이돌그룹 동방신기의 팬클럽 '카시오페아'에 가입해 있는 초등학생들은 "재중이 오빠 머리에 구멍이 뚫린대…" "준수 오빠도 문제야"라며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섰다는 후문이다.

PD수첩의 문제는 팩트에 입각한 고발프로그램이 아니었다는 데 있다. '드라마'를 만들려고 하는 데 있었다. 이명박 정부에 타격을 줘야 한다는 불순한 공모를 감춘 채 말이다. 이를 위해 팩트를 부풀리거나 자르고 붙여서 새로운 내용을 창조했다. 컴퓨터상에서 몇 번의 컨트롤C(복사)와 컨트롤V(붙여넣기)를 반복하면서 의도적인 결론을 만들어 낸 것이다.

누구나 잘못 볼 수 있고,잘못 판단할 수 있다. 그래서 전통적인 미디어는 게이트키핑(내부검증 시스템)을 중요시한다. 단 1%의 오보 가능성이 지적되면 다단계의 검증 과정을 거쳐 바로잡는다. 이 때문에 '기사거리'는 되지만 기사로 탄생되지 못하는 게 부지기수다. 특정 신문에 대한 독자 신뢰는 게이트키핑에 대한 신뢰일 것이다.

PD수첩사태는 자신이 보는 게 세상의 전부인 것처럼 세상을 호도하는 일부 지식인의 편향된 인식이 만들어냈다. 민주주의 위기를 들먹이며 이뤄지는 일부 대학 교수의 시국선언도 무책임하기는 마찬가지다. 실제 자신들의 목소리가 교수사회 전체를 대변하지도 않으면서 거대담론을 주도하려는 것은 선동에 가깝다. 기자회견을 자청하는 종교문화계 인사들도 그나물에 그밥이다. 불쏘시개를 태우면 저절로 타오를 것으로 착각하는 것같다. 광고주를 상대로 특정 신문에 광고를 내지 못하도록 압력을 가하는 시민단체 언론소비자주권국민캠페인(언소주)도 자신들의 눈에 비친 게 세상의 전부인 것처럼 행동하는 이기주의자들이다.

역사학자 아널드 토인비와 '로마제국 쇠망사'의 저자인 에드워드 기번은 모든 제국들은 내부원인으로 멸망했다고 진단했다. 토인비는 제국의 멸망을 일종의 '자살'로 판단했고,기번은 '무절제'에서 비롯됐다고 봤다. 파멸은 내부균열에서 싹튼다는 교훈이다. 헛된 탐욕을 조절하지 못할 때 개인은 물론 국가도 파멸할 수 있다. 자신이 보는 것만 진실이라고 생각하는,이른바 이기주의자들이 늘어날 때 사회는 금이 가기 시작한다. 가해자도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지식인들부터 자각할 때다.

남궁 덕 문화부장 nkdu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