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전 국내 100대 기업 중에서 현재 살아남은 기업은 몇 개일까. 놀랍게도 7개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나머지 93개 기업은 어떤 이유로 밀려났을까. 시장 변화에 소극적인 대응,경쟁에서의 도태,방만한 경영에 따른 수익성 악화 등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시장 자체가 쇠퇴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모두 리더에게 직 · 간접적인 책임이 있다. 넓은 시야와 변화 의지를 갖춘 리더라면 시장의 쇠퇴마저도 극복하고 기업을 영속시킬 수 있을 것이다. 핀란드의 노키아가 150여년 전 제지회사로 출범했다가 시장 변화에 슬기롭게 대처해 세계적 휴대폰 기업으로 승승장구하고 있는 것이 좋은 예다.

그렇다면 오늘날과 같이 급변하는 경제 · 산업환경 속에서 리더의 덕목은 무엇인가. 우리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2~3년 사이에 수많은 기업들이 시장에서 사라져간 역사적 경험으로부터 그 해답을 찾을 수 있다. 1997년 이전 산업개발 시대에는 효율성보다는 신속성을,과정보다는 결과를 중시하면서 기업을 경영했다. 자연히 리더들은 의사결정 과정에서 체계적인 시장 분석이나 전략 수립은 생략하고 속도나 인적 관계를 중시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1970~80년대 필자가 지방 기관장으로 재직하던 시절에는 업무 간섭을 안하고 아랫사람이 결재를 올리면 신속한 진행을 위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결재하는 리더가 소위 '통 큰 사람'으로 인정받곤 했다. 반대로 업무를 주도적으로 추진하거나,결재를 하면서 부하직원의 의견과는 다른 방향으로 일처리를 지시하면 '속 좁은 사람'이 됐다. 그 시절에는 이처럼 과도한 권한 위임형 내지는 방치형 리더(?)가 덕장(德將)이라고 칭송받았다. 이런 비효율적인 경영 시스템과 조직문화의 폐단이 수십년간 누적된 결과 우리는 IMF 구제금융을 겪어야 했다.

그러나 외환위기를 겪고 글로벌 경제에 편입되면서 국내 기업들도 수익성 중심의 경영과 시장 트렌드를 반영한 상품 개발을 경영의 중요한 요소로 인식하게 됐다. 그래서 오늘날의 리더에게는 시장의 변화를 읽고 조직에 변화를 일으키며,고객의 니즈를 분석하고 신상품 개발을 이끌어낼 수 있는 혁신적 역량이 요구된다. 아울러 경영 시스템 정비와 업무 효율화를 주도적으로 추진해 조직의 생산성을 증대해 나가는 자세도 갖춰야 한다. 이런 변화는 최고책임자를 비롯해 각 단위조직이나 부문을 관할하는 중간책임자들이 직접 주도해야 조직 전체로 혁신의 분위기가 전파될 수 있다.

오늘날과 같이 급변하는 환경에서 정부든 기업이든 조직이 효율적으로 움직이고 환경 변화에 적절한 긴장을 유지하면서 지속 성장해 나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변화 주도형 리더십이 절실하다. 그래서 리더는 변화를 인지하고 적응하는 것을 넘어 조직 내 변화의 주도자가 돼야 한다. 방치형 리더(?)로는 더 이상 기업의 생존이 보장될 수 없는 시대다.

최경수 현대증권사장 kschoi50@youfirs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