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은 당초 오후 3시 검찰 기자실에서 '검찰의 작가A씨 이메일 공개'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 계획이었다. 이에 따라 기자들도 2시50분께 일찌감치 노트북을 펼쳐놓고 이들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3시30분이 넘도록 기자실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대신 청사 밖에서 예정에도 없던 피케팅 시위를 벌인 것.
시위 뒤 대표자 2~3명이 뒤늦게 기자회견을 위해 청사 안 진입을 시도했다. 검찰 측은 그러나 "불법 시위자들을 청사 안으로 들여보낼 수 없다"며 건물 입구에서 막아 실랑이가 벌어졌다. 결국 작가와 PD수첩 측은 오후 4시께 청사 밖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이금림 한국방송작가협회 부이사장은 "우린 프리랜서다. (방송프로그램과 관련해) 어떤 문제가 생기더라도 법적으로 문제삼을 수 없다. 그런데 이메일을 압수해 검열했다. 정부를 비판하지 말라는 압력"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20여분 동안 기자회견을 한 뒤 검찰 PD수첩 수사진을 고소하기 위해 인근 대검찰청으로 떠났다.
검찰이 PD수첩 수사결과 발표 때 작가 A씨의 이메일을 공개한 것을 놓고 말이 많다. 1년 동안 끌어 온 수사는 끝났지만 논란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특히 해당 작가의 반발이 심하다. A씨는 "헌법이 보장하는 지극히 내밀한 영역에 속하는 이메일을 공개하면서 사생활과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고 명예를 훼손했다"며 PD수첩 수사진을 명예훼손 혐의 등으로 대검찰청에 고소했다. 여기까지는 이해가 간다. 작가 본인으로서는 억울할 수도 있기 때문에 법에 호소할 수 있다.
그러나 작가 수십명이 검찰에 몰려가 약속된 기자회견장 대신 청사 밖에서 기습 시위를 벌이는 것은 바람직해 보이지는 않는다. 이제 공은 법원으로 넘어갔다. 집단행동에 나서기보다는 차분히 법의 판단을 기다려야 할 때인 것 같다.
이해성 사회부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