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제위기가 다소 진정되면서 "출구전략(exit plan)을 짜야 한다"는 말을 자주 듣게 됩니다.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쏟아부은 돈이 인플레이션 등의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으니 미리 빠져나갈 계획을 세워놓아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맞는 말이긴 한데,오해의 소지가 많은 표현이기도 합니다. 어디서인가 빠져나온다는 의미는 '외부 환경'을 다루는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예컨대 어두컴컴한 미로에서 빠져나간다든가,긴 터널의 끝을 통과한다든가 하는 느낌을 줍니다. 출구를 빠져나오면 모든 고통이 과거가 되고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갈 것이라는 기대도 갖게 합니다.

불행하게도 각국이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쏟아부은 돈은 경제를 둘러싼 외부환경의 문제가 아닙니다. 경제 내부의 문제입니다. 굳이 비유하자면 치명적인 상처로 많은 피를 흘려 사망 직전에 이른 사람에게 긴급 수혈을 한 것입니다. 이 사람의 피가 모자란 데다 심장마저 병들어 있어 평소보다 훨씬 많은 피를 투입했고,그러다보니 일부에서는 모세혈관이 터지는 현상마저 나타났습니다. 일부 지역의 부동산 가격 급등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출구'라는 표현을 동원하는 것은 시장에 과도한 불안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습니다. 경제위기 이전 상태로 되돌아간다는 이미지를 심어줌으로써 '정부가 투입한 돈을 모두 회수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위기 상황에서 투입한 돈을 정부가 모두 빼내면 경제는 다시 큰 위기에 빠질 수밖에 없습니다. 올해 30조원에 달하는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했다고 해서 내년에 30조원을 세금으로 거둬들인다면 그 충격은 몹시 클 것입니다.

이런 오해를 불식시키려면 '정상화전략'이라는 말을 쓰는 것이 적절해 보입니다. 연 2%에 머물러 있는 정책금리를 정상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적자에 시달리는 정부재정도 균형 수준으로 맞춰야 할 때가 반드시 올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때가 아닙니다. 3분기에 경제가 다시 나빠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현승윤 금융팀장 n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