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9일 서강대 총장 취임을 앞둔 이종욱 교수(사학과)는 통일신라기 김대문이 쓴 <화랑세기>를 발굴해 세상에 알리고 연구해온 고대사 전공학자다. 그가 이번에는 신라 29대 무열왕 김춘추의 역사적 복권을 주장하는 책 《춘추(春秋)-신라의 피,한국 · 한국인을 만들다》를 내놨다.

이 책은 두 부분으로 나눠볼 수 있다. 한 부분은 진흥왕에서부터 무열왕 즉위에 이르는 신라궁정의 사정을 읽을 수 있다. 요즘 인기를 모으며 방영 중인 신라 TV역사극과 궤를 같이하는 내용으로 정사의 기록이 소홀한 부분을 <화랑세기>의 내용으로 보충했다.

두 번째는 '삼한통합(삼국통일)'이라는 위업에도 불구하고 '역사상 부끄러운 인물 19위'에 랭크된 김춘추에 대한 재평가 문제다.

김춘추에게 쏟아지는 비난은 외세를 끌어들여 삼국을 통일하고 민족의 활동무대를 축소했다는 것인데,이것은 해방직후 '관학파 사학자들'의 역사조작 때문이라고 논란이 예상되는 주장을 내놨다.

저자는 단군을 시조로 하는 민족이나 민족사는 애당초 그들이 만들어낸 개념이라고 말한다.

그러므로 외세를 끌어들인 통일을 민족의 시각으로 과소평가할 것이 아니라 개별 독립왕국 간의 정치행위로 봐야 하며,통일 이후 신라는 백제 · 고구려 사람들에 대한 철저한 도태정책으로 신라인 중심의 한국사회와 역사의 틀을 잡았다는 것이다. 즉 김춘추야말로 오늘날 한국의 기원을 만든 영웅으로 복권돼야 하며,따라서 '김춘추 폄하는 곧 조상을 욕보이는 행위'라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우종근 편집위원 rgbac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