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 공급자와 소비자 간 실시간 정보교환을 통해 에너지효율을 최적화하는 스마트 그리드 구축을 위해선 전기요금 체계의 손질이 불가피하다. 고정 요금제 형태의 현행 전기요금 체계로는 소비자의 자유로운 전기요금 선택을 보장하는 스마트 그리드의 도입 취지를 살릴 수 없기 때문이다.

전문가들과 관련 업계는 스마트 그리드 구축의 선결 과제로 '실시간 전기요금제' 도입을 꼽고 있다. 실시간 전기요금제가 실시되면 전기요금은 주가처럼 수요와 공급 법칙에 따라 시간대별로 달라진다. 소비자들은 각 가정에 설치된 단말기를 통해 시간대별 전기 사용요금과 사용량 정보를 체크,전기요금이 가장 싼 시간대에 전기를 선택해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전력 사용량이 적은 밤보다는 낮이,봄과 가을보다는 여름과 겨울철 전기요금이 상대적으로 비싸질 수밖에 없다.

전력 공급자인 한국전력은 실시간 전기요금제 도입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시간대별 요금 차이로 전력 사용이 분산되면 여름철 전력 과부하로 인한 정전사고가 감소하는 데다 송 · 배전 시설이나 추가 발전소 건설 등 시설 투자비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야간에 남아도는 전기를 효율적으로 판매할 수 있는 길도 열리게 된다.

지식경제부와 한전은 스마트 그리드 구축 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실시간 전기요금제 도입에 대한 검토 작업을 벌이고 있다. 오는 11월까지 실시간 전기요금제 도입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지경부는 스마트 그리드와 실시간 전기요금제 실시로 전기 사용량이 연간 6%(1조8000억원)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정부는 녹색요금제와 품질별 요금제도 실시간 전기요금제와 연계해 운영할 계획이다. 녹색요금제는 풍력 태양광 등 신 · 재생에너지를 사용하는 소비자에게 발전단가를 고려한 별도의 요금을 부과하는 것이다. 품질별 요금제는 예컨대 PC에는 고품질 전력을 공급하고 고가의 요금을,난방기에는 저품질 전력을 공급하고 저가의 요금을 내게 하는 방식이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