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답보 상태에 놓인 가운데 시가총액 상위 종목 간의 순위 다툼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특히 업종 대표주를 놓고 1,2위 업체 간 자리 바꿈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의 시가총액은 지난 4월 말 17조4800억원에서 이날 15조1240억원으로 한 달 반 만에 2조4000억원 가까이 줄어 시가총액 순위가 4위에서 6위로 밀려났다. 5월 이후 연일 내림세를 보이고 있는 현대중공업과 달리 현대차는 꾸준히 강세를 이어가며 시가총액 5위로 뛰어올라 현대중공업과의 격차를 더 벌리는 모습이다. 이로써 현대차는 지난해 10월 금융위기 이후 내줬던 운수장비업종 대장주 자리를 8개월여 만에 되찾았다.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미국 자동차 업체들의 부진이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현대차가 제조업 시가총액 1위 자리를 회복했다는 것은 그만큼 국내 제조업체의 글로벌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뛰어나다는 방증"이라고 진단했다. 금융위기 이후 국내 기업들이 앞선 구조조정 등을 통해 빠른 속도로 체력을 회복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는 설명이다.

그는 "KB금융(14조8955억원)이 신한지주(14조4867억원)를 제치고 다시 금융업종 1위 자리를 되찾았다는 점 역시 주식시장이 금융위기의 충격에서 완전히 벗어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현대중공업과 함께 대표적인 중국 관련주로 꼽혔던 두산중공업의 시가총액 순위 역시 16위에서 23위로 내려앉아 주도주의 변화를 대변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치환 대우증권 연구원은 "유동성 유입에 따른 주가 상승이 한계에 다다른 가운데 실적이 뒷받침되고 있는 자동차나 정보기술(IT)주로 매수세가 옮겨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가 상승의 최대 수혜주로 꼽히는 SK에너지가 시가총액 10조원을 회복하며 15위에서 12위로 껑충 뛰어올랐다. 화학업종 대표주였던 LG화학의 시가총액은 9조6755억원에 머무르며 업종 2위로 내려앉았다. 이 밖에 LG의 시총 순위가 13위에서 11위로 2계단 올라섰고 롯데쇼핑도 27위에서 24위로 뛰어오르며 약진했다.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