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후계자로 알려진 3남 김정운(26)이 지난주 극비리에 중국을 방문해 후진타오 국가주석과 회담을 가졌다고 일본의 아사히신문이 16일 보도했다. 김 위원장의 핵심 측근이자 국방위 부위원장인 김영춘 인민무력부장도 지난 13일 비밀리에 베이징을 방문한 것으로 알려지는 등 김정운의 '후계자 굳히기'가 가시화되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지난 10일을 전후해 김정운이 김 위원장의 특사 자격으로 중국을 방문해 후진타오 주석,왕자루이 공산당 대외연락부장 등과 처음으로 회담을 갖고 후계자 내정 및 북핵 문제 등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고 보도했다. 이 자리에서 김정운 일행은 정운이 이미 김 위원장의 후계자로 내정됐고,노동당의 요직인 조직지도부장직도 맡고 있다는 사실을 중국에 설명했다. 또 두 번째 핵실험에 대한 유엔안보리의 제재 결의 채택에 반발해 우라늄 농축작업에 착수하겠다는 뜻도 중국 측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후진타오 주석은 세 번째 핵실험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시도 등을 중지하고 평화적인 수단으로 해결책을 모색하자고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정운은 베이징을 떠난 뒤 김 위원장이 2006년 1월 방중 때 둘러봤던 광둥성 선전과 광저우도 찾아가 하이테크 공장 등을 시찰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북한 소식통은 "김정운이 김 위원장과 같은 경로로 중국을 방문한 것은 그가 정통성 있는 후계자라는 사실과 개혁 · 개방정책을 평가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인민무력부장이 베이징을 방문한 것도 김정운 후계자 지위 굳히기와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북한 소식통들은 북한 군부의 고위관계자 2명이 지난 13일 베이징을 방문했고 이 중 한 사람은 인민무력부장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중국은 아사히신문 보도 내용을 사실상 부인했다. 친강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은 이같은 상황을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한편 마이니치신문은 김 위원장의 딸도 1990년대 후반부터 스위스 베른의 공립초등학교에 유학했다고 이날 전했다.

도쿄=차병석/베이징 조주현 특파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