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이런 제품이 있는 줄 몰랐습니다. 전기 트럭을 개발중인데 충분히 쓸만하겠네요. 내일 다시 올테니 가격 상담을 하시죠."16일 경남 창원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글로벌 트랜스포텍 2009'.이탈리아 완성체 업체인 이베코의 구매담당 매니저 크리스티안 메종은 LS산전의 PCU(power control unit · 전기차의 핵심부품으로 배터리에서 생성된 전력을 모터로 전달하는 부품)에 한껏 매료돼 있었다. 처음엔 의외라는 반응을 보이다 정식으로 상담을 해 보자는 의사를 전달했다.

한국산 '그린 부품'의 위상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LG화학이 GM의 차세대 그린카인 '볼트'에 리튬이온 배터리를 납품하기로 한 데 이어 LS산전도 GM에 BDU(battery disconnect unit · 고압 전류에도 견디도록 만든 일종의 스위치)를 납품하기 위해 막바지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LS산전의 제품은 GM의 '볼트'(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차) 후속작이자 100% 전기차인 '포커스'에 쓰일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산 그린 부품을 잡아라

178개 국내 부품업체들이 참가한 상담회에서 LS산전 부스는 단연 주목을 받았다. 안더쉬 뉘스트롬 볼보 구매담당 부사장은 "볼보가 한국에 온 것은 처음"이라며 "하이브리드 자동차 등 그린카 분야에선 한국 업체와 프로젝트를 함께 할 여지가 충분하다"고 밝혔다. 스콧 로 포드 구매담당 매니저는 "LG화학이 GM에 배터리를 납품한 것을 잘 알고 있다"며 "LS산전과도 상담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그린 부품은 LG화학이 GM의 배터리 납품업체로 선정되면서 글로벌 시장의 주목을 끌기 시작했다. 중국 국무원이 오는 2011년까지 배터리 생산능력을 10억 암페어 규모로 키우겠다고 밝힐 정도로 배터리는 그린카의 핵심이다. 여기에 LS산전까지 가세,그린카 부품 시장에서 '메이드 인 코리아'의 저력을 입증하고 있다.

LG화학과 LS산전 제품을 합치면 '배터리→PCU 등 동력 전달 장치→전기모터'로 이어지는 전기차 핵심 부품에서 한국산이 모터를 제외한 두 단계를 석권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린카 부품에서 블루오션 연다

LS산전은 1993년부터 국책과제로 전기자동차 전장품 개발을 시작했다. 올해 전기차 전장품 사업부를 본격 출범하면서 잇따라 성과를 내고 있다. '아반떼 하이브리드 LPI' 후속으로 현대자동차가 선보일 그린카엔 LS산전 제품이 들어간다. 국내 PCU,BDU 시장은 LS산전이 90%가량을 독점하고 있다. 해외에선 GM 외에도 올초 미국의 피닉스사와 전기차 전장품 사업 협력에 관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전기차 부품 매출로는 파나소닉(일본),타이코(미국)에 이은 3위다. 김영민 LS산전 전장품 사업부장은 "적어도 3년간은 한국산(産) 그린카 부품이 전성기를 누릴 것"이라고 단언했다.

난공불락으로 여겨져온 유럽 시장도 조금씩 열릴 조짐을 보이고 있다. 데크가 브레이크를 아우디에 납품하기 위해 막바지 협상을 하고 있다. 벌써 3년여째 테스트중이지만 성사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김태호 KOTRA 부품소재팀장의 전망이다.

현재까지 한국산 부품이 유럽 시장을 뚫은 사례는 거의 없다. 일부 애프터서비스용 소형 제품이 있을 뿐이다. 샤를르 에르발 푸조 구매담당 부사장은 "관세 문제가 빨리 해결돼야 한다"며 "EU 역내권에선 무관세이기 때문에 한국산이 아무리 비용을 낮춰도 경쟁력을 갖추긴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17일까지 이틀간 열리는 이번 전시회엔 작년보다 17개 늘어난 178개의 국내 부품업체가 참가했다. 예상 상담액은 5억달러 수준이다.

창원=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