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끝모를 '만능통장' 유치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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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돈의 팔촌까지 가입하지 않은 사람이 없는데 매일 할당량이 떨어지니 이제 어쩌라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
주택청약종합저축 영업에 지친 한 은행원의 하소연이다. 은행 측에서 개인별,지점별로 할당량을 주고 의무적으로 가입자를 유치토록 해 견디기 힘들다는 얘기다.
우리 신한 하나 기업 농협 등 주택청약종합저축을 판매하고 있는 5개 은행이 본격적으로 영업을 시작한 것은 지난 4월이다. 정식 판매는 5월6일부터였지만 한 달 전부터 '예약판매'라는 방식으로 가입자를 유치하기 시작한 것이다. 벌써 두 달 넘게 영업점을 방문하는 고객은 물론 친척과 친구들에게까지 영업을 펼쳐 가입을 시켜 놓았으니 이제 더는 못하겠다는 얘기가 나올 만도 하다.
경쟁이 과열되다보니 웃지 못할 일도 많이 벌어졌다. 주택청약종합저축의 창구 판매가 개시된 이후 은행원들은 지점에 고객이 올 때마다 '호구조사'를 하다시피하고 있다. 결혼 여부와 자녀가 몇 명인지 등을 물어 주택청약종합저축에 가입시키기 위해서다. 가족관계 증명만 되면 배우자와 자녀 명의로 통장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하루 방문 고객이 50명이 될까말까 한 지점에 하루 100명이 넘는 유치 목표가 주어지는 일도 다반사였고 유치 실적이 경쟁 은행에 못 미치는 은행에서는 은행장이 수시로 담당 임원을 불러 문책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금융감독원이 이달 초 주택청약종합저축 영업 과정에서 불완전 판매가 없었는지에 대해 특별검사를 실시하기도 했지만 현장에서 달라진 것은 별로 없다고 한다. 금감원 검사가 진행 중일 때 잠깐 소강상태에 들어갔을 뿐 검사가 끝나자 다시 개인별 목표량이 내려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전 국민이 가입하기 전까지는 주택청약종합저축 영업 경쟁이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한숨 섞인 얘기도 나온다.
은행들이 주택청약종합저축 유치에 열을 올리는 것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당장 은행 수익에 도움이 되지는 않더라도 이 상품을 통해 고객을 확보해 놓으면 장차 예금 펀드 카드 등으로 거래를 확대해 갈 수 있다는 것이 은행들의 설명이다. 그러나 주택청약종합저축 실적을 채우느라 제 시간에 퇴근도 못하고 맘놓고 휴가도 못 가겠다는 은행원들의 목소리를 그냥 지나쳐서는 안 될 것이다.
유승호 경제부 기자 usho@hankyung.com
주택청약종합저축 영업에 지친 한 은행원의 하소연이다. 은행 측에서 개인별,지점별로 할당량을 주고 의무적으로 가입자를 유치토록 해 견디기 힘들다는 얘기다.
우리 신한 하나 기업 농협 등 주택청약종합저축을 판매하고 있는 5개 은행이 본격적으로 영업을 시작한 것은 지난 4월이다. 정식 판매는 5월6일부터였지만 한 달 전부터 '예약판매'라는 방식으로 가입자를 유치하기 시작한 것이다. 벌써 두 달 넘게 영업점을 방문하는 고객은 물론 친척과 친구들에게까지 영업을 펼쳐 가입을 시켜 놓았으니 이제 더는 못하겠다는 얘기가 나올 만도 하다.
경쟁이 과열되다보니 웃지 못할 일도 많이 벌어졌다. 주택청약종합저축의 창구 판매가 개시된 이후 은행원들은 지점에 고객이 올 때마다 '호구조사'를 하다시피하고 있다. 결혼 여부와 자녀가 몇 명인지 등을 물어 주택청약종합저축에 가입시키기 위해서다. 가족관계 증명만 되면 배우자와 자녀 명의로 통장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하루 방문 고객이 50명이 될까말까 한 지점에 하루 100명이 넘는 유치 목표가 주어지는 일도 다반사였고 유치 실적이 경쟁 은행에 못 미치는 은행에서는 은행장이 수시로 담당 임원을 불러 문책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금융감독원이 이달 초 주택청약종합저축 영업 과정에서 불완전 판매가 없었는지에 대해 특별검사를 실시하기도 했지만 현장에서 달라진 것은 별로 없다고 한다. 금감원 검사가 진행 중일 때 잠깐 소강상태에 들어갔을 뿐 검사가 끝나자 다시 개인별 목표량이 내려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전 국민이 가입하기 전까지는 주택청약종합저축 영업 경쟁이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한숨 섞인 얘기도 나온다.
은행들이 주택청약종합저축 유치에 열을 올리는 것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당장 은행 수익에 도움이 되지는 않더라도 이 상품을 통해 고객을 확보해 놓으면 장차 예금 펀드 카드 등으로 거래를 확대해 갈 수 있다는 것이 은행들의 설명이다. 그러나 주택청약종합저축 실적을 채우느라 제 시간에 퇴근도 못하고 맘놓고 휴가도 못 가겠다는 은행원들의 목소리를 그냥 지나쳐서는 안 될 것이다.
유승호 경제부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