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5년 작고한 '경영학의 아버지' 피터 드러커 교수가 지금 생존해 있다면 글로벌 경제금융위기에 대해 어떻게 평가할까.

그의 관점에서 보면 지금의 금융위기는 민간 및 공공부문의 탐욕과 실패에 말미암은 비효과적 경영과 윤리적 리더십 부재의 산물로 요약할 수 있다. 거대한 투자은행이 위험을 무시한 채 능력을 벗어나는 이윤에 집착한 것이 민간의 탐욕이다. 금융당국이 이를 적절히 제어하고 시스템을 관리하지 못한 것은 공공부문의 실패다.

드러커 교수는 "알면서도 남에게 해를 끼치지 말자"는 히포크라테스 선언을 경영학에 도입했다. 전문가의 윤리의식을 강조한 것이다. 모든 부문의 최고경영자(CEO)들에게 탐욕에 기초하지 말고 혁신과 창업가정신으로 무장해 부가가치를 창출할 것을 주문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부가가치를 사회적 책임활동으로 사회에 환원시킬 때 지속가능경영이 이뤄진다는 것을 진작부터 설파했다. 경영학에선 이를 '피터 드러커 원칙(혹은 솔루션)'이라고 하며 효과적 경영,윤리적 리더십,사회적 책임으로 요약하고 있다.

드러커 교수는 특히 당면해 있는 경제위기를 문제해결 위주로 대처하면 기회를 볼 수 없게 된다고 강조한다. 그는 '다섯 가지의 중요한 질문'으로 현재의 난국을 타개해 나가는 데 도움을 주려 한다. 다섯 가지 질문은 첫째 우리(기업)의 미션이 무엇인가,둘째 우리의 고객은 누구인가,셋째 우리 고객이 추구하는 주된 가치는 무엇이고 차선의 가치는 무엇인가,넷째 우리의 결과물은 무엇이어야 하는가,다섯째 이를 달성하기 위한 우리의 계획은 무엇이며 가장 효과적인 프로그램들은 무엇인가 등이다.

드러커 교수는 이런 질문과 사고를 통해 잭 웰치 GE 회장 등 많은 CEO들에게 선택과 집중의 묘미를 깨닫게 했다. 강점경영,목표 및 결과 관리,시간 관리 등 경영학의 대부로서 존중받는 지혜들을 민간 공공 사회부문의 지식근로자들에게 오늘도 묵상하며 실행에 옮길 것을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오늘날 한국 경제도 이러한 드러커의 지혜를 접목시킴으로써 침체를 극복하고 새로운 기회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드러커 교수의 '다섯 가지의 중요한 질문'은 매우 상식적인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를 일관되게 실행에 옮기는 기관이나 조직은 흔치 않다. 실제로 미션에 부합하지 않는 일들을 포기하지 못하는 우를 많은 기관들이 범하고 있다. 고객의 가치와 상관없는 활동들에 시간을 낭비하는 리더들이 적지 않다. 결과를 창출하지 못하는 활동에 연연하는 CEO들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드러커 교수는 더불어 혁신을 무척 강조했다. 그가 강조하는 혁신은 단순한 기술 혁신만이 아니다. 그는 기술 혁신을 가능케 하는 사회적 혁신을 중시한다. 사회혁신이 더불어 진행돼야만 기업뿐 아니라 모든 부문이 동반성장할 수 있다는 진단이다. 그는 단순히 기업의 성장과 발전이 아니라 민간 공공 사회부문이 함께 성장하고 균형발전함으로써 건실하게 기능하는 공동체 사회를 만드는 데 역점을 뒀다. 이런 점이 그를 단순히 경영학자나 미래학자가 아닌 사회생태학자로 불리게 만드는 요인이다.

드러커 교수는 한국에 관심이 많았다. 그는 뜨거운 교육열에 감명받아 향후 세계경제를 주도할 국가로 진작부터 한국을 주목했으며 세계에서 기업가정신이 가장 투철한 국가로 한국을 꼽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드러커 교수는 타계했지만 한국에서 그의 사상과 화두가 계속해서 조명받는 이유 중 하나다. 그런 차원에서 16~17일 서울 대한상의에서 개최되는 '피터 드러커 탄생 100주년 기념 국제 컨퍼런스'에 국내 CEO들과 경영학자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장영철 < 경희대 교수 경영학·피터 드러커 소사이어티 공동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