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전 대통령의 '독재' 발언이 큰 파장을 낳고 있다.

청와대는 12일 김 전 대통령이 전날 '6 · 15 남북공동선언 9주년 강연회'에서 '독재자'를 거론하며 이명박 대통령을 비판한 것에 대해 "국민을 분열시키고 선동을 조장하는 무책임한 발언"이라며 격분했다. 청와대가 전직 대통령 발언에 대해 공식적으로 비판한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일부 야당까지 비난의 화살을 퍼부었다.

김 전 대통령은 지난 11일 '6 · 15남북공동선언 9주년' 기념식에서 "도처에서 이명박 정권에 대해 민주주의를 역행시키고 있다고 하고 있다. 독재자에게 아부하고…,우리 국민은 독재자가 나왔을 때 반드시 이를 극복하고…,북한은 많은 억울함을 당한 것으로 알고 있다"는 등의 발언을 했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전직 국가원수가 적절치 못한 발언으로 국민을 혼란스럽게 하고 분열시키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라고 포문을 열었다. 한 수석은 "김 전 대통령이 자유 서민경제와 남북관계를 지키는 일에 모두 들고 일어나야 한다고 했는데,선동을 조장하는 것 같아 전직 대통령의 발언으로 믿기 어렵다"며 "또 오늘날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가 김 전 대통령 때부터 원칙 없이 퍼주기한 결과가 아닌가"라고 비난했다. 다른 수석은 "북한이 많은 억울한 일을 당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는데 진짜 억울한 것은 북한 주민과 금강산에서 무고하게 피격당한 우리 관광객"이라며 "민주주의의 역행에 대해 말했는데,국회를 포기하고 길거리에 나가 장외정치를 하는 야당에 애정이 있다면 오히려 걱정하고 꾸짖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틈만 나면 평생 해오던 요설로 국민을 선동하는 것을 더 이상 묵과해서는 안 된다"며 "이제 입을 닫아라"고 비판했다.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는 "환각을 일으킨 게 아닌가 여겨진다. 이제 휴식이 필요하다"고 공격했고,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는 "투쟁을 선동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민주당은 청와대를 겨냥,"전직 대통령의 고언을 폄하한 망언"이라며 사과를 촉구했다. 김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박지원 의원은 "국가 원로로서 위기를 지적한 것을 두고 과민반응하는 것은 계속 위기상황으로 가겠다는 어리석은 비판"이라고 반박했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