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친의 장인정신이 배어 있는 이구산업을 명실공히 글로벌기업으로 키우는 것이 저와 제 아들의 숙제입니다. "

손정환 회장에 이어 1983년 대표이사에 취임한 손인국 대표는 동석한 부친,아들 손장원씨(31)와 눈을 맞추면서 이 같은 각오를 밝혔다. 경희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손장원씨는 황동봉을 제조하는 계열사 국일신동에서 경영수업을 받고 있다.

손 대표가 품고 있는 글로벌 기업의 목표는 순조롭게 진행 중이다. 부친 뜻에 따라 2년 동안 무역회사에서 경험을 쌓은 후 1974년 회사 경영에 참여한 그는 창업터전이었던 서울 화양리 공장을 접고,반월공단 확장 이전 프로젝트를 주도했다. 이후에는 안산 시화공단과 평택 포승공단에 제2,3공장을 지은 것도 '글로벌 플레이어'가 되려면 회사 '덩치(사이즈)'부터 키워야 한다는 확신 때문이었다.

손 대표는 "회사 규모만 키운 것이 아니라 공장설비를 인청동 등 고부가가치 소재를 생산할 수 있는 첨단설비로 교체해 이제는 세계무대에서 어느 누구와도 당당히 겨뤄 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인청동은 구리에 주석 · 인 등을 첨가한 합금으로 주로 핸드폰 등 정보통신기기 부품등으로 사용된다.

손 대표가 직접 해외시장을 누비며 판로개척에 나선 결과,전체 매출의 5%에 불과했던 이구산업의 수출비중은 현재 60%수준으로 높아졌다. 수출지역이 중국 홍콩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국가에서 일본 미국 유럽 등으로 확대되고 있어 수출비중은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어린 시절 화가를 꿈꾸기도 했던 손 대표는 철이 들면서 자연스럽게 가업을 이어받을 결심을 했다. 상대 재학 시절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을 동경했다는 그는 창업주인 부친과의 경영스타일 차이를 묻는 질문에 "닮은 점도 있고,다른 점도 있다"고 말했다.

닮은 점으로 꼽는 것이 추진력이다. 일단 결정하면 앞뒤 재지 않고 밀어붙이는 스타일이다. 그는 "'생각은 신중히,행동은 빠르게'하는 부친의 경영스타일을 보고 겪으면서 몸에 밴 것 같다"고 덧붙였다. 직원들이 혀를 내두를 정도의 부지런함도 부친과 판박이다. '세계에서 제일 품질'이란 사시를 만든 손 회장은 "경영자가 부지런해야 회사가 제대로 굴러간다"며 지금도 손자가 휴일날 늦잠 자는 것까지 소홀히 넘기지 않는다.

손 대표는 부친과 다른 점을 재차 묻자 "경영환경이 많이 바뀌어 차입경영을 통해 과감한 설비투자를 하고 있는 정도"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