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고기는 오래 전부터 우리 민족과 함께한 음식이다. 육당 최남선 선생에 의하면 수신기(搜神記)란 중국 고서에 고구려 민족이 맥적(貊炙)이라는 음식을 즐겨 먹었다는 기록이 있다고 한다. '맥'이란 고구려에 살던 우리 민족을,'적'이란 고기를 꼬챙이에 꿰어 구운 것을 말한다. 그러므로 맥적은 고구려식 불고기다. 그 이후 통일신라와 고려시대에는 당시에 성행한 불교의 영향으로 육식이 발달하지 못했다.

하지만 몽골의 지배를 받으면서 다시금 육식이 부활하고 불고기가 발달했다. 이때의 불고기를 일컫는 이름은 '설야멱'이었다. 1925년 출간된 민속학 책인 해동죽지(海東竹枝)에 따르면 눈 오는 겨울 밤에 먹는 불고기란 이름의 요리가 고려시대에 되살아났다는 기록이 있다. 설야멱은 쇠갈비를 기름,마늘,파를 넣어 조리해 굽다가 반쯤 익으면 냉수에 잠깐 담갔다가 다시 센 불에 구워 조리하는데,고기가 연하고 맛이 좋아 '눈 오는 겨울 밤의 술안주'로 안성맞춤이었다고 한다. 실제로 조선시대 김홍도의 '설하연적도(雪下煙炙圖)'란 풍속화를 보면 양반과 기생들이 눈 오는 겨울 밤에 야외에서 낭만적으로 고기를 구워 먹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설야멱은 이후 '너비아니'라는 궁중음식으로 이어졌다.

현대에 와서 사람들이 흔히 부르는 '불고기'란 이름은 1950년대 이후 국어학자들이 새로운 형태의 고기 구이 요리를 불고기라 부르기로 결정하면서 생겨난 말이다. 그 후 육수가 맛있는 서울식 불고기,떡갈비와 비슷한 언양식 불고기,생고기에 즉석 양념해 구운 광양식 불고기로 지역의 특성에 맞춰 독특하게 발전했다. 이러한 불고기는 해외동포들에 의해 일본과 중국 등지로 건너갔다. 일본의 경우 재일동포들이 도살장 근처에서 구한 양과 대창을 이용해 만든 '호르몽 야키요리'로부터 현재의 일본식 불고기 '야키니쿠(燒肉)'로 발전했다. 일본의 '조조엔' '도라지' 등 많은 야키니쿠 식당 주인이 재일동포라는 사실은 한국의 불고기가 야키니쿠 발전에 많은 영향을 끼쳤음을 보여주는 예다.

중국의 경우에도 베이징과 상하이에 30개가 넘는 직영점을 가진 '한라산카오러우(한라산 불고기)' 식당의 주인이 조선족이다. 이곳에서는 쇠고기,돼지고기,양고기,심지어 개고기까지 불에 구울 수 있는 모든 고기를 불고기로 판매한다. 이렇게 불고기가 해외동포들에 의해 그 나라 소비자의 입맛에 맞는 각기 다른 형태의 불고기로 발전하고 있다.

불고기는 오랜 역사와 다양한 이야기를 가진 우리 민족의 음식이다. 이제 불고기가 우리 민족뿐만 아니라 세계 소비자도 좋아하는 음식이 될 수 있도록 더 많은 노력과 연구가 필요하다. 내가 어렸을 적 먹었던 불고기는 특별한 날 먹을 수 있는 최고의 음식이었다. 마치 솜씨 좋은 어머니의 손맛 같은 '불고기' 맛을 모두가 느낄 수 있는 불고기의 부흥을 기대해 본다.

이재우 < 불고기브라더스 사장 zeus@bulgogibro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