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업계에 인수합병(M&A) 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해 말 터진 글로벌 금융위기로 한동안 저축은행 M&A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으나 올 들어 자금 사정이 풀리면서 우량 저축은행들이 부실 저축은행을 잇달아 매입하고 있다.

예금보험공사는 12일 예한울저축은행 지분 100%를 현대스위스저축은행 컨소시엄에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한다. 현대스위스저축은행 컨소시엄은 7월 중 금융위원회에서 주식취득 승인을 받아 예한울저축은행의 경영권을 인수하게 된다.

예한울저축은행은 부실 저축은행 3곳의 우량 자산을 이전받아 예보가 100% 출자해 설립한 가교저축은행이다. 가교저축은행이란 부실금융회사를 인수할 제3자가 나타날 때까지 일시적으로 자산 부채를 떠안고 예금 출금 등의 업무를 제한적으로 하는 저축은행을 말한다.

현대스위스저축은행 컨소시엄은 현대스위스저축은행과 코아에이치에스비사모투자전문회사로 구성됐으며 지난달 예한울저축은행 매각을 위한 우선협상자로 선정됐다.

푸른저축은행은 최근 전북 군산의 한일저축은행을 인수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11일 확인됐다. 한일저축은행은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5%에 미치지 못하는 부실 저축은행이다. 푸른저축은행은 500억원가량을 들여 한일저축은행에 대한 유상증자를 실시하는 방식으로 경영권을 인수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위가 부실 저축은행을 인수해 경영을 정상화하는 경우 인수자금 120억원당 1개씩 영업구역 외에 지점을 설치할 수 있도록 했기 때문에 푸른저축은행은 기존 영업권인 서울과 한일저축은행 영업권인 전북 이외 지역에서 지점 4개를 설치할 수 있다.

이에 앞서 지난 3월에는 토마토저축은행이 부산의 양풍저축은행을 인수했다. 업계 관계자는 "매물로 나온 부실저축은행 가격이 금융위기 여파로 많이 내려간 것이 M&A가 활성화된 이유"라고 말했다.

실제로 현대스위스저축은행은 예한울저축은행을 590억원에 인수키로 했는데,이는 2년 전 비슷한 규모의 예보 가교저축은행인 예아름저축은행이 스탠다드차타드그룹에 매각될 당시 가격(1510억원)의 3분의 1 수준이다.

올 들어 부실저축은행을 인수한 곳들이 모두 올 1~3월에 흑자를 낸 곳이란 점도 눈에 띈다. 대형사들이 3분기(저축은행은 6월 결산 기준)인 1~3월 중 대부분 100억~500억원에 이르는 적자를 기록했지만 상대적으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이 적었던 현대스위스(443억원) 토마토(279억원) 푸른저축은행(121억원) 등은 모두 흑자를 냈다. 다른 대형 저축은행들이 고전하는 사이 여유 자금을 동원해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는 셈이다.

M&A 덕분에 토마토저축은행은 기존 영업권인 경기도와 양풍저축은행 영업권인 부산 외에도 서울(선릉,명동)과 대구,대전에 지점을 냈다. 현대스위스는 예한울저축은행 영업권인 경기,대구 · 경북,전북을 영업권에 포함시키게 된다.

한편 금융감독당국은 저축은행 M&A 시장이 되살아나면서 부실 저축은행 처리 문제에 대한 고민을 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부실저축은행이거나 그레이존(BIS 자기자본비율 5~7%)에 속해 있는 저축은행은 7곳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