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여왕보다 부자인 스타 작가,정부 보조금으로 연명하던 미혼모에서 전 세계 콘텐츠산업을 좌우하는 여걸로 변신한 현대판 세헤라자데….

판타지 소설 《해리 포터》 시리즈의 작가 조앤 롤링(사진)은 이 작품으로 300조원의 부가가치를 창출한 스토리텔링의 대명사다.

《해리 포터》 시리즈는 64개 언어로 번역돼 4억부 이상 팔렸고 영화 흥행 수입만 40억달러에 달했다. 주인공의 브랜드 가치도 40억달러를 넘는다. 첫 출간 당시 무일푼이었던 작가의 현재 재산은 10억달러다. 책 배달에 사용된 페덱스 트럭 9000대,작가 홈페이지 방문자는 8주 만에 2억2000만명을 넘었다. 올해 안으로 개장될 미국의 해리 포터 테마파크와 앞으로 개봉될 두 편의 영화까지 감안하면 조앤 롤링의 신화에는 끝이 없다.

마케팅 전문가 수잔 기넬리우스는 《해리 포터》의 마케팅 전략을 분석한 신작 《스토리노믹스》에서 '스토리 산업'이야말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고 거듭 강조한다.

그는 먼저 《해리 포터》의 성공 요인을 우리에게 되묻는다. 어떻게 이런 성공이 가능했을까. 그냥 너무 재미있으니까? 이보다 더 재미있는 책은 얼마든지 있다. 그렇다면 작가의 삶이 극적이어서? 이보다 더 드라마틱한 사연은 많다. 마법사가 주인공인 판타지여서? 출간 당시 판타지의 인기는 시들했다. 출판사를 잘 만나서? 이 책을 낸 출판사는 첫권 초판을 겨우 500부 찍었다.

그가 내놓는 '초대형 스토리텔링 상품의 성공 요소'는 5가지다. '우수한 콘텐츠(제품),감정적 개입,입소문 마케팅과 온라인 버즈,티저 마케팅과 지속적 마케팅,브랜드 일관성과 자제'가 핵심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수한 콘텐츠다. 제품 자체가 탁월해야 한다. 그러나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하면 사회적 트렌드로 자리잡기 힘들다.

선과 악을 다루는 기본적인 이야기에 독자가 감정을 개입할 수 있으면 몇 년이 지나도 고른 인기를 얻을 수 있다. 《해리 포터》 시리즈는 한 편 한 편 비슷한 이야기를 전개하면서 주인공이 나이를 먹는 대로 시간을 흘려보내 독자가 감정적으로 끼어들 여지를 충분히 줬다.

다음으로 중요한 건 '입소문'과 온라인 버즈다. 여러 출판사에서 거절 당한 1편을 출판 기획자 한 명이 알아보고 영국 출간을 결정했고 미국 판권도 비싼 값에 팔았다. 이 과정에서 언론은 싱글맘에 불과했던 작가의 신데렐라 스토리를 앞다퉈 보도했고 책은 날개 돋친 듯 팔렸다. 게다가 인터넷 시대가 열려 온라인 덕을 톡톡히 봤다. 팬들은 날마다 네트워크를 엮어냈다.

호기심을 유발하는 '티저 마케팅'은 새로운 작품이 나올 때마다 팬들의 애간장을 태웠다. 7편까지 이어지는 시리즈의 내용은 비밀에 붙였고 발간 시기도 특정 날짜에 맞췄다. 팬들은 늘 '굶주린' 상태였다.

여기에 '브랜드 관리'가 더해졌다. 특정 브랜드가 잘나간다고 무작정 확산하기보다 적절하게 제한해 소비자의 마음을 확실하게 이끄는 전략이 주효했다. 롤링은 영화화 제의를 여러 차례 거절하고 영화의 '예술적 측면'뿐 아니라 상품화 라이선스 결정권까지 주겠다는 워너브러더스와 계약했다. 계약에는 당시 출간도 되지 않았던 7편까지 포함됐다.

관련 상품이 나오기만 하면 불티나는 시기에 오히려 상품 종류를 제한하면서 브랜드 일관성을 유지한 것이다. 극장뿐 아니라 서점에서도 철저한 보안 단속에 나섰다. 출판사는 정해진 발매일까지 책이 든 상자를 개봉하지 않겠다는 서점들의 동의서를 받았다. 지나친 머천다이징으로 브랜드가 희석되는 것을 막았던 것이다.

저자는 이 같은 분석을 통해 "세상은 이야기를 가진 사람의 것"이라며 "누가 다음 무대의 주인이 될 것인가"라고 묻는다. "알로호모라!(Alohomora · 해리 포터가 잠겨진 문을 열 때 사용하는 주문)"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