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태국에선 솜삭 코사이숙이 이끄는 '새로운 정치당'이란 신당이 탄생했다. 반탁신 계열의 중심 세력인 국민민주주의연대(PAD)에서 갈라져 나온 당이다. 표면적으로는 반부패와 민주주의를 목표로 삼고 있지만 실제로는 이들 역시 탁신계 정당과 같은 '구닥다리'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에 호소하고 있다. 솜삭 당 총재는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소득 재분배에 나서겠다"며 "태국 의회엔 농민도,가난한 사람도,훌륭한 사업가도 없다"고 밝혔다.

태국은 지난 3년간 정치적 불안정으로 갈기갈기 찢겨졌다. 한쪽은 국왕을 지지하는 PAD가 이끄는 '옐로셔츠'고,다른 쪽은 탁신 전 총리를 지지하는 독재저항민주주의연합전선(UDD)이 이끄는 '레드셔츠'다. 왕을 상징하는 노란색과 투쟁을 암시하는 빨간색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옐로셔츠는 엘리트층,레드셔츠는 농민과 빈민층을 지지기반으로 한다.

탁신 치나왓 전 총리도 농촌의 가난한 사람들을 지지기반으로 포퓰리즘에 호소했다. 어마어마한 금액의 보조금을 농민에게 지급한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러나 솜삭의 새로운 정치당이 등장하면서 태국 정치권의 포퓰리즘은 더욱 광범위하고 지속적으로 나타날 기세다.

솜삭의 새로운 정치당이 어느 정도의 성공을 거둘지를 판단하기엔 아직 너무 이르다. 지난 4월 레드셔츠의 소요 사태로 두 명이 죽고 파타야에서 열릴 예정이던 아세안+3 정상회담이 급거 취소된 뒤 옐로셔츠의 구호는 한 단계 진화했다. 군주제를 덜 강조하고 사회 정의에 더 방점을 찍는 쪽으로 이동했다. 레드셔츠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레드셔츠의 시위는 약화됐고,그들도 다시 새로운 전략을 짜고 있다. 탁신의 역할에 기대기보단 사회정의를 더 강조하는 쪽으로 옮겨가고 있다.

하지만 태국에선 분열된 옐로와 레드가 훗날 연합할 것이란 얘기가 심심찮게 흘러나오고 있다. 솜삭은 "양측 모두 잘한 것과 잘못한 것이 있다"며 "양쪽 모두 국민들에게 더 나은 삶을 보장해야 한다는 점에서 궤를 같이한다"고 말했다. 사실 양측의 분열은 경제적인 문제에 뿌리를 두고 있다. 2007년 방콕 중 · 상류층의 가계 수입은 월 평균 3만5000바트(1000달러)에 달했다. 1만3000바트 정도인 북동부 빈민지역과의 격차가 크다.

최근 불어닥친 글로벌 경제위기는 태국 경제를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올 1분기 태국의 수출은 전년 대비 20% 감소하는 등 태국 경제는 침체의 수렁에 빠졌다. 이 같은 경제적 불안은 또다시 정치적 긴장을 높여 양측이 더욱 포퓰리즘에 매달리도록 만드는 악순환을 초래할 것이다. 보다 전향적인 입장을 취하는 옐로셔츠와 레드셔츠의 숫자도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양측 간 조화의 필요성은 더욱 커질 것이다. 그러나 태국 정치권의 분열이 잦아들고 화합하려면 꽤 오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정리=김미희 기자 iciici@hankyung.com

◇이 글은 홍콩 주간지 파 이스턴 이코노믹 리뷰의 칼럼 머피 부편집장이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태국의 오랜 질서 갉아먹는 포퓰리즘'이라는 제목으로 기고한 글을 정리한 것입니다.


칼럼 머피 <파이스턴이코노믹리뷰ㆍ부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