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은 지난 3년간 정치적 불안정으로 갈기갈기 찢겨졌다. 한쪽은 국왕을 지지하는 PAD가 이끄는 '옐로셔츠'고,다른 쪽은 탁신 전 총리를 지지하는 독재저항민주주의연합전선(UDD)이 이끄는 '레드셔츠'다. 왕을 상징하는 노란색과 투쟁을 암시하는 빨간색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옐로셔츠는 엘리트층,레드셔츠는 농민과 빈민층을 지지기반으로 한다.
탁신 치나왓 전 총리도 농촌의 가난한 사람들을 지지기반으로 포퓰리즘에 호소했다. 어마어마한 금액의 보조금을 농민에게 지급한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러나 솜삭의 새로운 정치당이 등장하면서 태국 정치권의 포퓰리즘은 더욱 광범위하고 지속적으로 나타날 기세다.
솜삭의 새로운 정치당이 어느 정도의 성공을 거둘지를 판단하기엔 아직 너무 이르다. 지난 4월 레드셔츠의 소요 사태로 두 명이 죽고 파타야에서 열릴 예정이던 아세안+3 정상회담이 급거 취소된 뒤 옐로셔츠의 구호는 한 단계 진화했다. 군주제를 덜 강조하고 사회 정의에 더 방점을 찍는 쪽으로 이동했다. 레드셔츠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레드셔츠의 시위는 약화됐고,그들도 다시 새로운 전략을 짜고 있다. 탁신의 역할에 기대기보단 사회정의를 더 강조하는 쪽으로 옮겨가고 있다.
하지만 태국에선 분열된 옐로와 레드가 훗날 연합할 것이란 얘기가 심심찮게 흘러나오고 있다. 솜삭은 "양측 모두 잘한 것과 잘못한 것이 있다"며 "양쪽 모두 국민들에게 더 나은 삶을 보장해야 한다는 점에서 궤를 같이한다"고 말했다. 사실 양측의 분열은 경제적인 문제에 뿌리를 두고 있다. 2007년 방콕 중 · 상류층의 가계 수입은 월 평균 3만5000바트(1000달러)에 달했다. 1만3000바트 정도인 북동부 빈민지역과의 격차가 크다.
최근 불어닥친 글로벌 경제위기는 태국 경제를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올 1분기 태국의 수출은 전년 대비 20% 감소하는 등 태국 경제는 침체의 수렁에 빠졌다. 이 같은 경제적 불안은 또다시 정치적 긴장을 높여 양측이 더욱 포퓰리즘에 매달리도록 만드는 악순환을 초래할 것이다. 보다 전향적인 입장을 취하는 옐로셔츠와 레드셔츠의 숫자도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양측 간 조화의 필요성은 더욱 커질 것이다. 그러나 태국 정치권의 분열이 잦아들고 화합하려면 꽤 오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정리=김미희 기자 iciici@hankyung.com
◇이 글은 홍콩 주간지 파 이스턴 이코노믹 리뷰의 칼럼 머피 부편집장이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태국의 오랜 질서 갉아먹는 포퓰리즘'이라는 제목으로 기고한 글을 정리한 것입니다.
칼럼 머피 <파이스턴이코노믹리뷰ㆍ부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