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그릇 싸움''언제 밥 한번 먹자''한솥밥''밥심''함포고복(含哺鼓腹)' 등….

밥을 통해 세상을 이야기하는 이색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한국화가 정경심씨(35)가 서울 관훈동 갤러리 토포하우스에서 열고 있는 '코스모스 레스토랑'전이다.

서울대 미대를 졸업한 정씨는 그동안 밥상을 바라보고,밥상 앞에 앉은 인물들을 통해 인간의 희로애락을 이야기해온 작가. 이번 전시에는 밥상 그림 외에도 맛깔스런 색감으로 먹는 이야기를 화면에 풀어낸 근작 20여점이 걸려있다.

사실 밥상은 인간의 원초적인 본능과 근원적인 숭고함을 동시에 상징하는 대상이다. 작가는 그래서 세끼 식사하듯 그림을 생각해야 하고,'밥에 관한 철학'에 재치있는 단상을 정겨운 그림으로 담았다.

정씨 작품 중에는 관중석에서 쉬지 않고 먹어대는 관람객도 그려져 있고,넓은 운동장에서 무엇인가를 먹으며 뛰어다니는 축구 선수의 식욕이 극적으로 묘사된 화면도 있다. 선인장을 나눠먹고 있는 다정한 신부 신랑의 아름다운 모습은 환희로 다가오기도 한다.

그는 "끝없이 반복되는 사회의 질서가 실현되는 원초적 본능의 먹는 행위 속에 삶에 대한 애착과 회한,슬픔과 기쁨이 담겨있다"며 "인간과 사회,사람과 사람 사이의 완강한 일체감을 보여주는 존재"라고 말한다. 그는 "'먹고 싶다'는 말은 번번이 '그리고 싶다'는 말처럼 들린다"며 "화가에게 그림은 색감으로 가득찬 밥임에 틀림없다"고 덧붙였다.

"결혼한 지 1년쯤 지났는데 회사에서 귀가한 남편의 저녁 밥상을 차리면서 먹고 사는 걱정을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화면에 담아볼까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바쁘게 앞만 보고 달리는 현대인들에게 밥을 통해 이야기를 들려 주고도 싶었고요. "23일까지.(02)734-7555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