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석주씨 평론집 '상처입은…' 출간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자기를 비우고 노닐면, 누가 당신을 해치겠나~
시인이자 평론가,소설가로 전방위적 활동을 펼치고 있는 장석주씨(54)가 시평론집 《상처 입은 용들의 노래》(뿌리와이파리)를 펴냈다. 평론 30년을 기념해 낸 이 책에서 그는 노자와 장자는 물론 공자 · 두보 · 사마천 · 니체 · 사르트르 · 푸코 등을 넘나들며 시를 분석해냈다.
장씨는 《장자》 첫머리에 나오는 '한 번 노하여 날면 그 날개가 하늘에 구름을 드리운 것 같은' 거대한 새 붕(鵬)의 흔적을 미당 서정주의 시 <학>에서 찾아낸다. '천년을 보던 눈이/천년을 파닥거리던 날개가/또 한번 천애에 맞부딪노나//산덩어리 같어야 할 분노가/초목도 울려야 할 서름이/저리도 조용히 흐르는구나. '그는 "장자의 붕새나 미당의 학은 삶과 죽음,이승과 저승의 경계를 넘어 현실 저 너머의 세상으로 나아가는 해탈의 존재"라고 분석했다.
황동규 시인은 시 <손 털기 전>에서 '우주 뒤편은/어린 날 숨곤 하던 장독대일 것이다. /노란 꽃다지 땅바닥을 기어/숨은 곳까지 따라오던 공간일 것이다. /노곤한 봄날 술래잡기하다가/따라오지 말라고 꽃다지에 손짓하며 졸다/문득 깨어 대체 예가 어디지? 두리번거릴 때/금칠로 빛나는 세상에 아이들이 모이는/그런 시간일 것이다'라고 노래했다.
장씨는 이 시에 대해 "분별 짓는 마음을 그치면 삶과 죽음,꿈과 생시는 둘이 아니다"라면서 "장자의 호접지몽(蝴蝶之夢)이 말하는 진실은 꿈 속에 생시가 비치고,생시 속에 꿈이 있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천상병 시인의 생명,가난,무욕,비움에 대한 예찬에서 노장사상과 일맥상통함을 찾아내기도 한다. '저승 가는 데도/여비가 든다면//나는 영영/가지도 못하나?//생각노니,아./인생은 얼마나 깊은 것인가. '(천상병 <소릉조> 중) 그는 비움의 가치를 설명하는 장자의 우화를 들며 '사람이 능히 자기를 비우고 세상에 노닐면 그 누가 그를 해칠 것인가?'라고 통찰했다.
시가 품고 있는 매력에 대한 그의 설명도 그래서 역설적이다. '굶주린 자가 한 끼의 끼니를 구하기 위해 하지 않으면 안 되는,육즙을 짜내고 뼈가 휘는 노동에 견준다면 시 쓰기는 한가로운 생산에 지나지 않으며,질병으로 신음하는 자의 아픔에 견준다면 시는 저 혼자 뀌는 물방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터다. 이 하찮은 물건이,그토록 시름과 주림에 겨워 헐떡이는 우리에게 따뜻한 위안과 구원의 손길을 내밀리라고는 기대를 갖지 않았다. 그랬으니 이것이 기어코 시름을 덜고 쓰러진 우리를 일으켜 세울 줄은 아무도 몰랐다. '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
장씨는 《장자》 첫머리에 나오는 '한 번 노하여 날면 그 날개가 하늘에 구름을 드리운 것 같은' 거대한 새 붕(鵬)의 흔적을 미당 서정주의 시 <학>에서 찾아낸다. '천년을 보던 눈이/천년을 파닥거리던 날개가/또 한번 천애에 맞부딪노나//산덩어리 같어야 할 분노가/초목도 울려야 할 서름이/저리도 조용히 흐르는구나. '그는 "장자의 붕새나 미당의 학은 삶과 죽음,이승과 저승의 경계를 넘어 현실 저 너머의 세상으로 나아가는 해탈의 존재"라고 분석했다.
황동규 시인은 시 <손 털기 전>에서 '우주 뒤편은/어린 날 숨곤 하던 장독대일 것이다. /노란 꽃다지 땅바닥을 기어/숨은 곳까지 따라오던 공간일 것이다. /노곤한 봄날 술래잡기하다가/따라오지 말라고 꽃다지에 손짓하며 졸다/문득 깨어 대체 예가 어디지? 두리번거릴 때/금칠로 빛나는 세상에 아이들이 모이는/그런 시간일 것이다'라고 노래했다.
장씨는 이 시에 대해 "분별 짓는 마음을 그치면 삶과 죽음,꿈과 생시는 둘이 아니다"라면서 "장자의 호접지몽(蝴蝶之夢)이 말하는 진실은 꿈 속에 생시가 비치고,생시 속에 꿈이 있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천상병 시인의 생명,가난,무욕,비움에 대한 예찬에서 노장사상과 일맥상통함을 찾아내기도 한다. '저승 가는 데도/여비가 든다면//나는 영영/가지도 못하나?//생각노니,아./인생은 얼마나 깊은 것인가. '(천상병 <소릉조> 중) 그는 비움의 가치를 설명하는 장자의 우화를 들며 '사람이 능히 자기를 비우고 세상에 노닐면 그 누가 그를 해칠 것인가?'라고 통찰했다.
시가 품고 있는 매력에 대한 그의 설명도 그래서 역설적이다. '굶주린 자가 한 끼의 끼니를 구하기 위해 하지 않으면 안 되는,육즙을 짜내고 뼈가 휘는 노동에 견준다면 시 쓰기는 한가로운 생산에 지나지 않으며,질병으로 신음하는 자의 아픔에 견준다면 시는 저 혼자 뀌는 물방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터다. 이 하찮은 물건이,그토록 시름과 주림에 겨워 헐떡이는 우리에게 따뜻한 위안과 구원의 손길을 내밀리라고는 기대를 갖지 않았다. 그랬으니 이것이 기어코 시름을 덜고 쓰러진 우리를 일으켜 세울 줄은 아무도 몰랐다. '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