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을 투하한 폭격기의 부조종사였던 찰스 도널드 앨버리 씨가 최근 지병으로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5일 AP통신에 따르면 앨버리 씨는 지난 수년간 울형성 심부전증으로 투병해왔으며 지난달 23일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의 한 병원에서 88세의 나이로 숨졌다. 전쟁 후 앨버리는 플로리다주에 정착해 이스턴 에어라인 항공사의 기장으로 일해왔다.

그는 1945년 8월 9일 세계 2차대전 당시 일본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을 투하한 '복스카' B-29기의 부조종사였다.사흘 먼저 실시된 히로시마 원폭 투하 때는 보조기 조종사로 작전에 참가했다.

그가 탔던 비행기는 폴 티베츠 대령이 이끈 히로시마 작전 당시 폭탄의 위력과 방사능 수준을 측정하기 위한 장비를 투하하는 임무를 맡았다.

이어 나가사키 작전에서는 폭격기 부조종사로 작전에 투입돼 'A-bomb'으로 명명된 핵폭탄을 나가사키현에 투하했다. 이 공격으로 약 4만명이 숨졌으며, 이어 부상과 방사능 후유증으로 3만5000명이 사망했다.

앨버리는 지난 2005년 시사주간지 타임과의 인터뷰에서 "환한 불빛이 우리를 덮쳐왔고 버섯구름이 눈앞에 다가왔다. 내 인생에서 본 가장 무섭고도 아름다운 광경이었다"며 당시를 회고했다.

그는 이 인터뷰에서 "미군의 원폭 투하가 일본의 침공으로 인한 끔찍한 인명 피해를 막았기 때문에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지난 1982년 한 일간지와 가진 인터뷰에서는 "전쟁은 한탄스러운 일"이라면서도 "누군가 미국을 침공한다면 다시 같은 일을 하겠다"고 말했다.

미망인 로버타 씨도 한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100만명의 목숨을 구한 나의 영웅"이라며 "그는 정말 많은 기도를 올렸다"고 전했다.

한경닷컴 이진석 기자 gen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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