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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경포럼] 헤지에 대한 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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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선태 논설위원 kst@hankyung.com
    헤지(Hedge)를 흔히 '위험회피'라고 번역하는데 이는 리스크가 일정 범위를 넘지 못하도록 장벽이나 울타리를 친다는 의미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이 단어가 잘못 쓰여지고 그로 인해 오해를 하는 경우도 많다. 환헤지의 경우를 보자. 본래 환헤지란 일정한 헤지비용만 지불하면 환율이 어떻게 변하더라도 원래 받거나 주기로 한 대금의 원화가치는 영향을 받지 않아야 한다. 만약 헤지를 했는데 나중에 환차익이나 환차손을 봤다면 이는 불완전 헤지를 했거나 환투기를 했다고밖에 볼 수 없다.

    얼마 전 "GM대우가 환율 급등으로 선물환 헤지에서 올해에만 2조원대의 환손실을 볼 것"이라는 보도가 나간 적이 있다. 정확한 내용은 회사 측이 밝히지 않아 알 수 없지만 환율 급변동을 헤지하기 위한 것이 선물환인데 이로 인해 환손실을 입었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이다. 선물환은 평가손을 기록할 수는 있지만 이는 만기에 자연히 사라지는 손실이다. 아마도 GM대우가 선물환에서 확정 손실을 봤다면 이는 수출대금을 제대로 못 받아서 만기에 선물환 계약 이행을 못했거나 또 다른 이유 때문에 중도에 선물환 계약을 해지(解止)했기 때문일 것이다. 헤지 목적의 선물환 계약을 했다는 이유만으로는 환손실이 발생할 수 없다는 얘기다.

    환헤지를 둘러싼 또 다른 오해는 해외펀드와 관련해서다. 해외펀드,특히 주식형 펀드의 경우 투자대금 자체가 투자성과에 따라 달라진다는 점에서 일정액으로 정해진 수출대금 등에 대한 환헤지와는 성격이 다르다. 다시 말해 헤지 대상 금액이 계속 바뀌기 때문에 이에 대한 완벽한 헤지는 불가능하다. 극단적인 예지만 환헤지를 하지 않은 해외펀드는 최악의 경우 원금만 날리면 그만이지만 잘못 헤지를 한 경우에는 원금 외에 추가로 헤지비용까지 물어내야 하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해외펀드의 경우 환헤지를 하지 않거나 하더라도 극히 일부분만 하는 것이 원칙이다.

    키코(KIKO)도 마찬가지다. 흔히 키코를 환헤지 상품이라고 하지만 이는 잘못된 표현이다. 환율이 제한된 범위 내에서 움직이면 수익이 나고 일정 범위를 벗어나면 아무런 헤지효과가 없거나 엄청난 환손실이 발생하도록 돼 있는 키코는 환헤지 상품이 아니라 환투기 상품이다. 만약 은행들이 키코를 환헤지 상품이라고 권유했다면 이는 명백한 잘못이다.

    이 같은 헤지에 대한 잘못된 생각 때문에 '제대로 헤지를 해도 손실을 입을 수 있다'는 오해가 생기는 것은 물론 환투기 상품을 헤지 상품이라고 판매하고 환헤지가 불가능하거나 불필요한 해외펀드에까지 헤지를 권유하는 일이 종종 발생하는 것이다. 이는 키코나 해외펀드 손실로 인한 고객들의 소송으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키코와 펀드 불완전판매 사태를 겪으면서 감독 당국과 관련 업계에서는 여러 재발 방지 조치를 취해왔다. 그렇지만 파생상품 판매와 관련해서는 아직도 감독이나 고객보호 부문에서 너무나 허술한 부분이 많고 고객은 물론 이를 취급하는 금융회사 관계자들조차 이해가 부족한 경우가 태반이다. 금융회사 직원에 대한 더욱 철저한 교육은 물론 금융회사의 모럴 해저드로 고객이 손실을 입었을 경우 지금보다 훨씬 더 엄중한 책임을 지우는 시스템이 절실한 이유다. 금융당국은 주가가 회복돼도 투자자들이 해외펀드에서 계속 이탈하는 이유가 무엇인지도 깊은 고민을 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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