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기업과의 제휴를 강화해 불황 이후를 대비한다. '

국내 기업들이 최근 불황을 돌파하기 위해 채택하고 있는 경영전략이다. 국내 주요 기업들은 신시장을 선점하고 신규 고객을 창출하기 위해 글로벌 선두업체는 물론 경쟁업체와의 제휴와 협력을 넓히고 있다. 다른 기업들과의 협력 관계를 보다 긴밀히 함으로써,서로 강점이 있는 기술과 노하우를 접목하고 제품개발 마케팅 등에서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자는 전략이다. 재계 관계자는 "불황기 동안 경쟁력을 높인 기업들은 다가올 호황기의 산업질서재편 과정에서 남보다 한발 앞서는 기회를 맞게 될 것"이라며 "단기간에 효율적으로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는 기업 간 협력 및 제휴는 당분간 국내 산업계의 화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제휴를 통한 시너지 극대화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로 바뀌고 있다. "

요즘 국내 1,2위 그룹인 삼성과 현대 · 기아자동차 간 협력 관계가 급속히 가까워지는 것을 두고 재계에서 나오고 있는 평가다. 두 그룹 계열사인 현대모비스와 삼성LED는 지난달 LED(발광다이오드) 헤드램프를 공동 개발키로 했다. 이어 삼성전자와 현대 · 기아차는 차량용 반도체를 함께 개발하기로 하고 실무진 회의를 시작했다. 자동차의 전자화 · 지능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두 그룹 간 협력 필요성이 높아지자 유망 신제품 개발과 기술 국산화를 위해 제휴를 맺은 것이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4월 LG디스플레이와 손잡고 4세대 LCD(액정표시장치) 운반용 로봇을 개발했다. 그동안 전량 수입에 의존했던 제품을 국산화했다. 양사는 이를 통해 해외에 지급하는 로열티를 절감하는 효과를 얻었다. GS그룹 주력 계열사인 GS칼텍스와 삼성토탈은 올초 방향족 부산물 공급 계약을 맺었다. 이를 통해 GS칼텍스는 삼성토탈로부터 방향족 부산물을 넘겨받아 톨루엔 등 화학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글로벌 경쟁사와의 협력도 강화되는 추세다. 포스코는 작년 하반기 전략적 제휴 관계인 신일본제철 등 일본 철강사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브라질 나미사의 광산 지분 40%를 인수했다. 안정적인 원자재 조달을 위해서다. 작년 3월에는 미국 US스틸 및 한국 세아제강과 공동으로 미국에서 고부가가치제품인 API강관 공장 건설에도 착수했다. 회사 관계자는 "강관 제조기술력이 있는 세아제강과 북미 판매망이 있는 US스틸과 협력함으로써 API강관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조기 확보할 수 있는 발판을 얻게 됐다"고 설명했다.

◆기업 간 제휴마케팅도 확산

기업 간 제휴 마케팅도 부쩍 늘고 있다. 동종은 물론 이업종 기업들이 손을 잡고 공동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서로의 고객 데이터 베이스를 활용,새로운 고객을 창출하거나 가격할인 등 각종 혜택을 제공,고객이탈을 막고 충성고객을 늘리려는 전략이다.

GS그룹은 GS리테일 GS홈쇼핑 등 유통계열사를 중심으로 타 업종과의 공동마케팅을 확대하고 있다. GS리테일은 GS이숍 인터파크 등과 제휴를 맺고 온라인 상품 판매를 하고 있다. 인터파크와 요일별 할인 마케팅을 실시하는 등 신규 고객 창출에도 적극적이다. 온라인 제휴 등을 통해 GS리테일은 올 들어 5월까지 전년 대비 매출이 24% 증가했다. GS홈쇼핑은 최근 들어 삼양식품 오뚜기 유한킴벌리 대상 등 타업종 기업과 손잡고 무료 경품 제공 등 공동 마케팅을 하고 있다.

현대차와 KT는 이달 들어 이색적인 결합상품을 내놨다. KT의 통신서비스 가입자가 현대차 신차를 사면 차값을 40만~100만원씩 깎아주는 프로그램이다. 자동차와 통신상품이 결합한 국내 첫 제휴 프로모션이다. 한 관계자는 "현대차는 자동차산업 불황을 극복하는 데 도움을 받고 KT는 KTF 합병 이후 신규 고객 확충에 이득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등 윈-윈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협력업체와의 상생 경영도 강화

국내 기업들은 협력업체들과 양 방향 협력관계를 강화하고 있다. 사업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LS그룹이 좋은 사례다. LS전선은 협력업체 대표들로 구성된 협력회를 설립,운영 중이다. 협력회사의 어려움을 듣고 문제를 해결,협력업체는 물론 LS전선의 업무도 개선시키기 위해서다. LS전선은 협력업체들에 납품대금을 조기 결제하기 위해 전자결제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LS엠트론은 협력사와의 공동 연구개발(R&D)을 통해 고압 냉매 열교환기를 개발했다.

한진그룹도 상생경영에 중심을 두고 있다. 대한항공은 작년 하반기부터 여행대리점에 부과하는 수수료를 대폭 낮췄다. 경기침체로 고전하고 있는 여행대리점을 지원하기 위해서다. 금호아시아나그룹도 계열사별로 협력업체 임직원 교육 대행,납품대금 현금지급,긴급자금제도 등을 실시하고 있다.

이상열 기자 mustaf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