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 봉하마을에서 밤을 꼬박 지샌 적이 있다. 길가에 늘어선 숱한 만장들, 늦은 밤에도 몇㎞나 줄지어 선 조문객들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전직 대통령의 조문객으로 왔다 앞치마를 둘러메고 국밥이며 떡을 나눠주는 자원봉사자들의 '구슬땀'은 일찍이 볼 수 없었던 모습이었다.

하지만 만나는 사람마다 "우리 대통령들은 왜 이리 불행한가"라는 탄식도 들렸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인근에 있는 '레이건 기념관'을 부러워하는 사람도 있었다. 레이건 대통령 재임 당시 외국 정상들과 나눴던 육성 대화나 전용 비행기인 에어포스 원까지 고스란히 옮겨놓지 않았던가. 이는 국민적 일체감과 애국심을 재확인하는 훌륭한 전통을 만들기 위함이다.

국민들의 애도 속에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결식이 모두 끝이 났다. 논어에는 '새가 죽으려 할 때 그 우는 소리가 슬프고 사람이 죽으려 할 때 그 말은 착하다"라고 했는데 그의 임종 메시지에는 지나온 삶과 역정이 함축적으로 담겨 있다.

"누구도 원망하지 마라. 미안해 하지도 마라." 분노, 탄식, 절규 속에 생을 마감했던 역사적 인물들과는 확연히 다르다. "브루터스 너마저…."(카이사르) "프랑스…군대…전진…조세핀…."(나폴레옹) "내 심장을 쏴라."(무솔리니), "괴벨스여, 나와 아내의 시체가 잘 탔는지 확인해다오."(히틀러).

심리학에선 투신자살을 선택하는 사람의 경우 교살(목을 매 숨지는 것) 때보다 외부에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 욕구가 강렬하다고 본다. 노 전 대통령이 우리에게 전하고 싶었던 말은 무엇일까. 분명한 것은 전직 대통령의 장례식은 그 나라의 역사적 평가를 이어가는 첫 관문이라는 것이다.

2007년 1월 워싱턴 국립대성당에서 제럴드 포드 제38대 미국 대통령의 국장(國葬 · state funeral)을 지켜본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은 이렇게 썼다.

"미국의 상처를 보듬은 전직 대통령에게 정치적 동지와 적이 함께 경의를 표하는 화합의 장이었다. 이런 모습이 대를 이어 정치적 규범으로 정착된 나라에 사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가. "

이번 국민장이 후세에 어떤 평가를 받는가는 이제부터 남겨진 자들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