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느낌과 눈물,탄식….29일 서울 경복궁 앞뜰 영결식장은 숙연했다. 7일장 내내 실의에 빠져 있던 권양숙 여사도 가끔 손으로 눈물을 닦아 낼 뿐 감정을 추스른 차분한 모습이었다. 고인의 영정 앞에서 여야도,보 · 혁의 구분도 없었다. 다만 일부 참석자들이 큰 소리로 정부를 비난해 여전히 가라앉지 않은 감정의 앙금을 엿볼 수 있었다.

◆…"지켜 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 한명숙 공동 장의위원장이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바치는 조사를 읽어 나가자 객석 여기저기에서는 울음이 터져 나왔다. "다음 생에는 대통령하지 마십시오.정치하지 마십시오.더 이상 바보 노무현으로 살지 마십시오"라는 대목에 이르렀을 때 객석은 흐느끼는 소리로 가득 찼다. 심금을 울리는 조악대의 음악이 깔리자 조문객들은 굳게 입을 다물고 숙연한 표정을 지었다. 노 전 대통령의 생전 모습을 담은 영상이 방영되면서 추모 열기는 최고조에 달했고 유족들은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긴장과 갈등의 순간도 있었다. 일부 격앙된 참석자들이 헌화하려는 이명박 대통령에게 "사과해" "물러가라"는 등 고함을 치며 소란을 일으켰다. 백원우 민주당 의원은 이 대통령이 노 전 대통령의 영전에 헌화하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나는 순간 "여기가 어디라고" 외치며 뛰쳐 나갔다. 이를 막기 위한 경호원들과 취재진,행사 관계자가 뒤엉켜 한동안 영결식장은 어수선해졌다. 백 의원은 무대 왼쪽으로 물러나 이 대통령에게 'X새끼''살인마' 등 격렬한 욕설을 퍼붓기도 했다. 그는 취재진에 둘러싸인 자리에서도 "이명박 대통령은 사죄하십시오.정치 살인입니다"라며 울분을 토로했다. 문재인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영결식이 끝나고 이 대통령에게 백 의원 소란에 대해 사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결식은 군악대의 조악 연주와 함께 운구차량 행렬이 식장으로 들어서면서 시작됐다. 국민의례와 고인에 대한 묵념,장의위원회 집행위원장인 이달곤 행정안전부 장관의 고인 약력 보고,공동 장의위원장인 한승수 총리와 한명숙 전 총리의 조사,종교 의식,헌화 등의 순서로 진행됐다.

4대 종교가 모두 참여한 종교 의식에서 불교는 봉은사 명진 스님이 '반야심경'을 봉독했다. 기독교에서는 NCCK(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 권오성 목사의 기도,천주교는 노 전 대통령에게 영세를 해 줬던 송기인 신부가 주관해 고별 의식을 가졌다. 원불교에서는 이선종 원불교 서울대교구장이 주관했다.

◆…노 전 대통령이 즐겨 부르던 노래 '상록수'는 2003년 2월25일 대통령 취임식에 이어 영결식에서도 불렸다. 참여정부의 힘찬 출발을 알리던 축제의 노래가 노 전 대통령의 영원한 안식을 기원하는 추모곡이 된 것이다. 해금으로 연주된 '아침이슬'도 노 전 대통령이 좋아하던 노래였다. 해금 가락이 구슬프게 울릴 때는 장내가 숙연해졌고 육 · 해 · 공군 3군 조총 대원들이 조총 21발을 발사할 때에는 깊은 정적만이 감돌았다. 그러나 영결식이 끝난 뒤 노 전 대통령의 영구차가 영결식장을 떠날 때 객석은 또다시 눈물 바다를 이뤘다.

이재철 기자 eesang6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