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훈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

[시론] 아세안, 이국적 관광지 그 이상이다
우리나라 국민이 아세안 국가들을 생각할 때 푸껫이나 발리,싱가포르 등 매력적이고 이국적인 관광지로서의 이미지를 우선 떠올리는 것 같다. 그러나 아세안 국가들은 우리 국민이 생각하고 있는 것보다 훨씬 중요한 외교적 파트너이자 역동적인 교역대상국이며,급속히 부상하고 있는 신흥시장이다.

90년대 이후 선진국의 보호주의 강화와 지역주의 대두라는 국제적 환경속에 아세안의 역내통합이 본격화됐으며,이제 아세안은 총인구 5억 8000만명,GDP 1조3000억달러 규모의 단일시장으로 발전했다. 이에따라 우리의 아세안 교역 · 투자 역시 크게 증가해 아세안은 2008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3대 교역 파트너이자 2위의 투자지역이 됐다. 또한 아세안은 우리나라에 1차 상품과 조립 공산품을 주로 수출하고 우리나라로부터 자본 및 기술집약도가 높은 공산품을 수입하는 등 우리나라와 매우 보완적인 산업구조를 가지고 있다.

한 · 아세안 양측은 이러한 긴밀한 경제관계와 보완적 산업구조를 고려해 2004년 11월'한 · 아세안 자유무역지대'창설을 목표로 한 · 아세안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의 개시를 선언하고 지금까지 한 · 아세안 FTA 기본협정,분쟁해결제도협정,상품무역협정,서비스협정을 체결 · 발효했다. 국내 사정으로 인해 상품협정과 서비스협정 서명에 참여하지 못했던 태국도 지난 2월 이 두 협정에 가입했다. 또 지난달 협상이 완료된 투자협정이 6월1,2일 제주도에서 개최될 한 · 아세안 특별정상회의 기간에 서명되면,4년 4개월간 진행해온 한 · 아세안 FTA 협상이 완결되고 한 · 아세안 자유무역지대가 완성된다.

2007년 6월1일 한 · 아세안 FTA 상품협정의 발효 이후 한 · 아세안 간 교역은 급격히 늘고 있다. 아세안과의 2006, 2007년 교역량이 전년 대비 각각 15%,16% 증가한 데 이어 상품협정 발효 이후인 2008년 교역량이 전년 대비 26% 증가해 902억달러에 달한 것은 한 · 아세안 FTA가 양측 교역량 확대에 크게 기여하고 있음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이번에 서명될 한-아세안 FTA 투자협정은 이러한 효과를 더욱 증폭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투자협정은 기존에 우리나라와 아세안 개별국가들 간에 체결돼 있던 투자보장협정보다 강화된 투자보호 장치를 제공하고 이를 FTA의 틀 내에서 이행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아세안에 진출한 대다수의 우리 기업들은 노동집약적인 산업에 현지 투자해 중간재를 우리나라로부터 수입 · 가공한 후 우리나라에 재수출하거나 제3국에 수출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하고 있다.

따라서 한 · 아세안 FTA 투자협정은 아세안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이 보다 안정적으로 사업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아세안 투자를 확대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오는 7월 예정돼 있는 한 · 아세안 FTA 이행위원회 1차 회의도 주목된다.

우리나라와 아세안 10개국은 합의된 협정문에 따라 2012년부터 상품무역 분야의 추가적 자유화를 추진하게 돼 있고 서비스 · 투자 분야의 추가 자유화 필요성도 검토하도록 하고 있으므로 아세안과의 교역 및 투자 여건은 지속적으로 개선될 것이다.

유럽연합(EU) 27개국의 회원국간 교역액은 전체 교역액의 70%에 육박한다. 미국,캐나다,멕시코 등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3개국의 경우 45%에 이른다. 한 · 중 · 일과 아세안 국가들간의 역내 교역은 전체의 38% 정도로 집계된다. 이것은 동아시아 국가들간 교역과 투자가 아직도 증대돼야 할 여지가 있음을 말해준다. 이번 한 · 아세안 특별정상회의가 아시아 국가들간 교역 · 교류 · 협력을 증진시키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