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한국레저산업연구소(소장 서천범)에 따르면 2004~2008년 국내 기업들이 순수 자기자본으로 해외 골프장을 인수(건설)한 사례는 44곳,873홀 규모에 달한다. 국가별로는 일본이 37곳으로 가장 많고 중국과 미국 3곳,말레이시아 1곳 등이다.
국내 기업의 해외 골프장 인수가 급증한 것은 국내에선 인 · 허가 절차가 까다롭고 공급 과잉론이 제기된 반면 해외에선 원화 강세를 배경으로 싼 값에 매물을 사들일 수 있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해외 골프장 인수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선 곳은 ㈜한국산업양행이다. '야마하' 골프 카 수입업체인 한국산업양행은 2004~2005년 일본 규슈와 도쿄 인근의 5개 골프장(총 99홀)을 인수했다. 레저 전문기업인 대하리조트는 2004년 일본 후쿠시마 소재 골프장 세 곳(총 63홀)을 인수해 영업 중이다. 골드 · 코리아CC를 운영하는 코리아골프&아트빌리지는 2005년 미국 샌디에이고 인근 선시티골프&아트빌CC를 1000만달러에 인수한 뒤 리모델링을 거쳐 재개장했다. 2007년에는 일본 효고현에 있는 갤럭시리조트를 8억5000만엔에 인수해 스프링골프&아트리조트로 이름을 바꿨다. 사조산업 혼마왕도 반도건설 베어스타운 경산개발 등도 해외 골프장을 인수해 영업 중이다.
대기업 가운데는 금호아시아나그룹이 2006년 중국 산둥성 웨이하이에 있는 범화골프장과 그 이듬해 사이판의 라우라우베이 골프리조트를 인수했다. 범화골프장은 코스를 개조하고 클럽하우스 · 호텔을 새로 지어 지난해 9월 '웨이하이포인트 오션사이드 골프&온천리조트'로 재개장했다. 한화그룹도 2005년 일본 규슈 나가사키공항CC를 매입,오션팰리스CC라는 이름으로 운영 중이다.
인수 대상 골프장이 일본에 집중된 것은 2008년 초까지 지속된 '원고 · 엔저' 바람 덕분에 일본 골프장 인수가격이 상대적으로 낮았던 데다 국내는 골프장 건설 및 인수 절차가 까다롭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말을 전후해 주인이 바뀐 일본 골프장 1개소당 평균 매매가격은 8억3650만엔으로 국내 골프장의 5분의 1~1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또 국내에서 골프장을 건설하기 위해서는 중앙정부 · 지자체 등으로부터 800건이 넘는 인 · 허가를 받아야 하고 780개의 도장이 필요하지만 해외 골프장은 가격만 맞으면 손쉽게 인수할 수 있다.
그러나 올 들어서는 해외 골프장 인수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원화 가치가 크게 떨어진 데다 이미 인수한 골프장들의 경영 실적이 신통치 않은 탓이다. 동부산CC가 2007년 인수한 일본 구마모토카오GC의 경우 지난해 매출액이 40억원에 불과하면서 3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서천범 소장은 "원화 가치가 올라가면 해외 골프장 인수 사례도 다시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