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25일 기습적으로 핵실험을 감행한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는 북한의 핵 관련 주요 시설이 밀집돼 있는 곳으로 잘 알려져 있다. 북한은 2006년 10월 이곳에서 1차 핵실험을 실시했으며 이후 관측소로 추정되는 건축물들과 지하갱도를 지속적으로 건설해왔다.

풍계리 일원은 2006년 5월과 올 4월에 발사된 장거리 미사일인 '대포동'의 발사기지가 위치한 무수단리와도 가깝다. 핵을 개발해 실험하고 이를 발사하는 핵 관련 시설이 풍계리 주변에 모여 있는 셈이다. 우리 군 당국과 미군은 정찰기와 첩보위성을 총동원하고 북한군끼리 오고가는 교신을 감청하는 방법을 통해 수년간 이곳을 집중적으로 감시했다.

그럼에도 이번 핵실험을 사전에 충분히 감지하지 못한 것은 북한이 수평갱도를 파서 핵실험을 한 때문으로 분석된다. 수직으로 굴착하지 않고 산 정상에서 360m 밑, 기슭에서 2㎞ 정도 수평으로 파서 갱도를 만들 경우 시공이 간단하고 특수장비도 필요하지 않다. 무엇보다도 주변국 위성으로부터 발각될 가능성도 낮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 관계자는 "포장된 상태에서 대형 물체가 갱도로 들어가고 사람이 안에서 작업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위성으로 포착하기 쉽지 않다"며 "끝까지 노출되지 않은 상태에서 실험을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국내 정보당국의 관계자는 "풍계리의 산악 지형에는 1차 핵실험한 갱도 외에도 몇 개의 갱도가 더 있는 것으로 안다"며 "2차 핵실험은 이 가운데 한 곳에서 실시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핵실험 시설의 상당수가 지하에 건설돼 있어 핵실험이 이뤄지는 '결정적인' 순간을 포착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음을 시사하는 설명이다.

이번 핵실험은 성능 개선을 통한 소형화를 위한 때문으로 분석된다. 핵무기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기폭제 및 기폭장치의 소형화가 핵심이다. 통상 핵무기를 핵탄두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무게를 500㎏ 이하로 줄여야 한다. 원자력통제기술원 관계자는 "지난 1차 핵실험으로 노하우를 축적한 북한이 실제 무기로 사용할 수 있도록 소형화하기 위해 이번 실험을 강행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태철 기자 synerg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