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은 지난 23일 아침 함께 등산 가자던 권양숙 여사를 떼어 놓고 경호관 1명만 대동해 산에 올랐던 것으로 보인다.

노 전 대통령의 초등학교 후배인 이재우 진영농업협동조합장(63)은 24일 "노 전 대통령이 서거 당일 아침 권 여사와 함께 등산을 가기로 해 놓고 혼자 나가버렸다는 이야기를 권 여사에게서 들었다"고 밝혔다.

이씨에 따르면 권 여사는 노 전 대통령이 등산을 떠나기 전 깨어 있었으며 "나도 같이 갈까요"라고 하자 노 전 대통령이 "그럽시다"라고 대답했다. 그러나 권 여사가 준비하는 동안 노 대통령은 먼저 나가 버린 것으로 보인다. 이씨는 "권 여사가 '나를 떼어 놓으려고 한 것 같다'는 말도 했다"고 전했다.

권 여사는 24일에도 빈소를 찾지 못하고 김해 봉하마을 사저에만 머무르며 깊은 슬픔에 빠져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갑작스레 남편을 잃은 충격에다가 자신이 검찰 수사를 초래했다는 자책감까지 겹치면서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게 측근들의 전언이다.

한 측근은 "권 여사가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심신이 탈진 상태에 빠져 빈소를 찾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권 여사는 전날 오후 8시40분께 분향소가 처음 차려져 노 전 대통령의 형 건평씨와 아들 건호씨 등 유가족들이 분향을 할 때에도 함께 하지 못했다. 권 여사는 24일 조문객들을 만나 "36년간 같이 살았는데 어떻게 말 한마디 없이 갈 수 있느냐"며 "앞으로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하나"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봉하마을=서보미 기자 bm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