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을 접한 지 하루가 지났지만 정치권은 여전히 충격 속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이다.

여야는 24일 모두 일체의 공식 논평을 자제한 채 고인의 명복을 비는 추모행사를 가졌다. 전날 서울 여의도 당사에 근조 현수막을 내건 한나라당 일부 의원들은 개인 사무실에도 근조 현수막을 내걸어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애도의 뜻을 표했다.

한나라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한 의원들은 노 전 대통령과의 남다른 인연을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안상수 원내대표는 "어제 집에 가 사법연수원 시절의 사진을 뒤지다보니 1976년에 같이 찍은 사진이 있더라.사법연수원 시절 2년간 동고동락했던 친구였기에 개인적으로 마음이 아프다"며 안타까워했다.

노 전 대통령과 대선 후보단일화 후 투표 전날 지지철회 선언을 했던 정몽준 최고위원은 "2002년 초,'노무현이 만난 링컨'이라는 책을 읽고 '우리나라 정치에서 노무현 의원이 추구하는 정의가 승리하기를 바란다'는 내용의 글을 인터넷에 올렸는데 당시 노무현 의원께서 고맙다면서 연락을 해왔다"고 회고했다. 정 위원은 "새로운 정치를 추구했던 노 전 대통령의 순수한 열정과 취지가 우리 사회에서 잘 이해되고 교훈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영등포 당사에 설치한 분향소에는 아침부터 아이들의 손을 잡고 참배를 온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일부 시민은 슬픔을 못이겨 주저앉는 등 여전히 믿기지 않는다는 반응이었다. 정세균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지도부는 의원 40여명과 합동 참배를 했다.

일부 의원은 헌화도중 북받쳐 오르는 감정을 못 이겨 흐느끼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강래 원내대표는 참배 후 덕수궁 분향소를 방문했으며 노영민 대변인 등 해외출장 중이던 의원들도 이날 오후 귀국하자마자 분향소를 찾았다. 민주당은 이날도 "모두에게 당당했던 당신이 왜 모든 것을 안고 갔는지 국민들은 알 것"이라며 우회적으로 여권을 겨냥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