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의 힘으로 반등한 전 세계 증시가 올 하반기엔 경기와 기업 실적 회복을 배경으로 강세를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글로벌 경기가 최악의 국면을 지나 점진적인 회복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하반기는 실적장세 예상


글로벌 투자은행(IB)인 BOA-메릴린치는 21일 "올 상반기 증시는 위험자산으로의 유동성 유입과 세계 각국의 경기부양책을 발판삼아 큰 폭으로 반등했지만 하반기엔 실질적인 경기 회복과 기업들의 이익 증가세가 주식시장을 견인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전 세계 투자자들은 이미 현금과 채권 비중은 줄이는 반면 경기민감주를 중심으로 주식자산에 대한 비중을 점차 늘려가고 있다는 설명이다.

BOA-메릴린치는 글로벌 펀드매니저들 사이에서 경기 회복에 대한 낙관론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는 점을 실적장세의 근거로 제시했다.

매월 펀드매니저들을 대상으로 경기 및 증시 전망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있는 이 회사는 이번 달 헤지펀드를 포함해 총 6170억달러의 자금을 굴리는 전 세계 펀드매니저 22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절반이 넘는 57%가 향후 1년간 전 세계 경기가 호전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달 조사 때보다 16%포인트 높아진 수치다.

특히 경기전망이 가장 비관적이던 유럽 지역조차 경기가 나빠지기보다는 호전될 것으로 전망하는 펀드매니저의 비중이 35%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BOA-메릴린치 서울지점 관계자는 "전 세계 경기를 바라보는 펀드매니저들의 시각이 리세션(불황)의 정점을 지나 회복 국면으로 진입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전했다.

기업 실적에 대한 전망도 크게 좋아졌다. 이번 조사에서 향후 12개월 동안 기업이익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 응답자의 비중은 2005년 3월 이후 처음으로 부정적인 시각을 가진 응답자의 비중을 넘어섰다.

◆한국 포함 이머징 비중 늘린다

글로벌 펀드매니저들은 하반기 찾아올 실적장세에 대비해 꾸준히 주식 투자를 늘려나갈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기에 대한 우려로 지난 9개월 동안은 주식보다 안전한 채권을 선호했지만 기대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낮아져 매력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실제 이번 조사에서도 지난달 41.5%보다 많은 52.5%의 펀드매니저가 주식 투자를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들 펀드매니저의 포트폴리오 내 현금 비중은 이미 지난달 4.9%에서 이번 달 4.3%로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펀드매니저들은 주요국 증시 중에서도 한국을 포함한 이머징 마켓의 비중을 가장 적극적으로 늘릴 것이라고 밝혔다. 이머징 지역의 투자 비중을 확대할 것이라고 밝힌 펀드매니저의 비중은 지난달보다 20%포인트나 오른 46%로 2007년 10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중국이 이끄는 경제성장이 지속될 것이란 기대감이 이 같은 긍정적인 시각을 뒷받침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국 역시 향후 1년간 비중을 줄일 것이라고 응답한 펀드매니저 수가 10명 중 4명에서 3명으로 지난달보다 더 줄어들었다. 지난해 하반기엔 80~90%가 한국에 대해 '비중 축소'였다는 점에서 비중을 다시 늘리기 시작한 매니저의 수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는 얘기다.

펀드매니저들은 주요 이머징 증시 중에서도 중국과 대만 인도 인도네시아 다음으로 한국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송기석 BOA-메릴린치 서울지점 상무는 "현재 이머징 포트폴리오 내 한국의 비중은 홍콩과 함께 중립 수준을 회복하고 있다"면서 "극심한 '비중 축소'국면에서 벗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