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새 5번이나 가격 올린 루이비통, 환율 하락땐 "잘 팔리는데 왜 내려"
속칭 '3초 백'(거리에서 3초마다 보이는 가방이라는 뜻)으로 불리는 루이비통의 '스피디 모노그램 35'는 지난해 1월부터 올 3월까지 1년여 동안 다섯 차례나 가격을 인상했다. 그 결과 69만5000원에서 100만원으로 43%나 올랐다. 지난해 1월 평균 1386원이던 원 · 유로 환율이 올 3월엔 1894원으로 37%나 뛴 게 인상 이유.하지만 환율은 지난 3월 최고점을 찍고 계속 내려 지금은 1718원으로 지난해 10월 이전 수준이다. 그렇다면 명품 가격도 10월 이전 가격(94만원)으로 내려야 하는 게 아닐까?

환율 급등의 여파로 명품부터 와인,디지털카메라 등 수입 소비재 가격이 지난해부터 일제히 올랐지만 환율이 내려도 가격은 요지부동이다. 지난해 1월 평균 942원이던 원 · 달러 환율은 올 3월 1453원으로 54% 급등한 이후 다시 200원가량 내렸다.

◆명품,1년 새 3~5번 가격 인상

루이비통,샤넬,디올,까르띠에 등 주요 명품업체들은 지난해 이후 인기 품목의 가격을 3~5차례씩 인상했다. 지난해 1월 165만원이던 디올 'CAL44551' 백은 8월 198만원,올 1월 206만원에서 3월엔 240만원으로 45% 올랐다. 샤넬의 '클래식 캐비어(M)'도 같은 기간 270만원에서 401만원으로 48%나 인상됐다.

하지만 명품업체들은 인하 계획이 전혀 없다. 가격을 올려도 잘 팔리는데 굳이 내릴 이유가 없다는 것.명품업체들은 최근 환율 하락폭도 아직 10% 수준이어서 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재 판매 중인 제품은 원 · 유로 환율 1700원대에서 들여와 가격을 내릴 여지가 없다는 주장이다. 샤넬 매장 직원은 "샤넬 제품은 환율이 떨어졌다고 가격을 내리지 않는다"며 "스테디셀러는 브랜드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 해를 거듭할수록 가격이 올라간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유통업체 관계자는 "명품업계를 10년째 지켜봤지만 환율 하락에 따라 가격을 인하한 사례는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다"며 "백화점들이 가격 인하를 요청해도 가격은 해외 본사에서 결정하는 사안이라 한국 지사는 권한이 없다는 답변만 되풀이한다"고 비판했다.

◆와인업체들,1000원대여야 인하 검토

와인도 마찬가지로 환율이 급등하면서 금양인터내셔널이 지난 1월 '1865 카베르네 쇼비뇽 리제르바'를 5만원에서 5만8000원으로 16%,나라식품이 3월 '몬테스 알파'를 3만8000원에서 4만7000원으로 24% 각각 인상했다. 두산와인(현 롯데주류BG),신동와인,아영FBC 등 주요 와인 수입업체들은 지난 1~4월 환율을 빌미로 10~20%씩 가격을 일제히 올렸지만 아직까지 인하 움직임은 찾아볼 수 없다.

신동와인 관계자는 "그동안 1300~1400원대 고환율로 감수했던 손해를 보전할 때까지 내릴 계획이 없다"며 "지난해 초 수준인 900~1000원대로 갈 때까지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몬테스 알파'에 환율 연동제를 적용하는 나라식품 역시 기준 환율을 1100원으로 잡았기 때문에 지금보다 더 내려가야 가격 인하를 고려해 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안상미/최진석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