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차 게이트를 7개월 동안 수사해 온 검찰이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인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했다. 검찰은 국세청과 세중나모 관계자 등에 대한 광범위한 조사와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과 김정복 전 중부지방국세청장,한상률 전 국세청장의 진술을 토대로 천 회장의 혐의를 구체적으로 확인했으며 이르면 20일 오후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박 전 회장으로부터 수억원대 받아

검찰에 따르면 천 회장은 작년 7월 국세청의 태광실업에 대한 세무조사가 시작되자 박 전 회장의 사돈인 김 전 중부지방국세청장,이종찬 전 청와대 민정수석 등과 함께 대책회의를 갖고 한 전 청장에게 세무조사 무마를 청탁한 뒤 그 대가로 박 전 회장이 천 회장 계열사에 무상투자하는 방식으로 수억원대 금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홍만표 대검 수사기획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조사할 분량이 상당히 많아 오늘 귀가시킨 뒤 다시 불러 조사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세무조사 당시 천 회장과 한 전 청장이 수차례 통화한 내역과 관련자 진술을 확보해 구체적인 청탁이 오고 갔음을 확인했지만, 세무조사는 왜곡이나 변형 없이 예정대로 진행됐다고 밝혔다. 검찰은 그러나 세무조사 무마 로비가 실패로 끝났어도 천 회장이 박 전 회장으로부터 로비 대가로 수억원대 금품을 받은 만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를 적용했다.

천 회장은 또 2003년 소프트웨어 '나모웹에디터'로 유명한 나모인터랙티브(현 세중나모인터랙티브)를 합병할 당시 박 전 회장 지인 15~20명의 명의를 이용해 주식을 차명 보유하고,세 자녀가 2006년 세중여행 합병 전에 이 주식을 사들이게 하는 방법으로 수억원대의 증여세를 포탈하고 양도소득세를 탈루한 혐의(특가법상 조세포탈)도 받고 있다.


◆특별당비 30억원에 대한 '선긋기' 시각도

검찰은 천 회장이 포스코 회장 인사에 구체적으로 개입했다는 의혹과 이명박 대통령의 특별당비 30억원 대납 의혹 등은 수사하지 않기로 해 일정 선에서 '선긋기'를 한 뒤 '면죄부'를 주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 전 국세청장에 대해 이메일 조사만 진행한 것도 마찬가지 의혹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홍 기획관은 "특정인에 대한 수사를 그 사람의 전 생애에 걸쳐 하지는 않으며 수사 범위는 어디까지나 박 전 회장과 관련된 부분"이라며 "한 전 청장 역시 해외 체류 중인 참고인에 대한 조사 방법 중 가장 효율적인 것을 택했으며(천 회장 혐의 입증에) 의미있는 진술을 얻어냈다"고 말했다. 한편 검찰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딸 정연씨가 계약한 미국 뉴저지 주택의 계약서와 45만달러가 입금된 통장 사본 확보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해짐에 따라 미국 사법당국에 공조요청 준비를 마치고 20일께 정식 절차를 밟기로 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